‘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66) 전 환경부 장관에게 대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전·현직 장관 가운데 처음으로 실형을 살게 됐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27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를 받은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신미숙(55)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8년 12월 관련 의혹이 처음 제기되고 3년 1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에 법리 오해 등 잘못이 없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두 사람은 2017∼2018년 박근혜 정권 때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서 사표를 받아내고, 공석이 된 후임 자리에 청와대나 환경부가 점찍은 인물들을 앉힌 혐의를 받았다.
1심은 두 사람의 혐의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김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신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항소심은 공공기관 임원 중 일부가 당시 임기 만료였으므로 환경부가 사표를 받고 후임 인사에 착수했더라도 직권남용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보고 김 전 장관의 형량을 징역 2년으로 낮췄다. 신 전 비서관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으로 감경됐다.
검찰은 이들이 공공기관 임원 13명에게 사직을 요구했다고 봤는데, 1심에서는 이 가운데 12명에 대한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으나 2심에서는 4명에 관련한 부분만 혐의가 입증된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아울러 항소심은 임원 선임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와 이 과정에서 ‘역할을 못했다’는 이유로 환경부 국장을 좌천시킨 혐의(직권남용) 등 1심이 유죄로 인정한 혐의를 무죄로 뒤집기도 했다. 환경부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공공기관 임원의 사표를 받아내라’고 지시한 혐의는 법리적인 이유로 1·2심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근무하다가 비위 의혹으로 공직에서 해임된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이 2018년 말 특감반과 관련한 각종 의혹을 폭로하며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검찰은 2019년 1월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들어갔으며 같은 해 3월 김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은 그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1년 10개월가량의 심리 끝에 1심 재판부가 유죄 판단을 내리면서 결국 구치소에 들어갔다. 현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직 장관 중 처음으로 구속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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