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 시간) 오후 2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첫 금리 인상과 대차대조표 축소 원칙이 담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서를 공개하자 시장은 “예상 수준과 비슷하다”며 반겼다. 오후 2시 10분만 해도 나스닥은 전날 대비 3.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1.8%의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오후 2시 30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상황이 급격히 달라졌다. 그가 “고용 시장을 해치지 않고 금리를 올릴 여력이 있다.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이 있다”고 하자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결국 이날 S&P500은 0.15% 하락 마감했고 나스닥도 소폭 상승에 그쳤다.
실제 월가에서는 이날 파월 의장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모습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외환 중개 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파월 의장의 말을 듣고 난 뒤 더 많은 금리 인상이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파월 의장은 ‘앞으로 매 회의 때 금리 인상 가능성이 열려 있느냐’는 질문에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지난 2015년 시작된 금리 인상기 때보다 경제가 훨씬 좋고 물가는 높다. 이것이 정책 속도에 주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2015년 12월 연준은 0.25%포인트 금리를 올리면서 제로 금리에서 탈출했다. 이후 2016년 12월에 한 번, 2017년 세 번을 거쳐 2018년에 네 번 금리를 올렸다. 이후 2019년 1월에 다시 금리를 인하한 바 있다. 앞선 긴축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3월 이후 모든 FOMC에서의 금리 인상은 과하다는 식으로 선을 긋지도 않았다. 구체적인 금리 인상 횟수와 정도는 미정으로 남긴 채 상황에 따라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을 확보해둔 셈이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에는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인 것이 없었다”며 “전반적인 시장 예상보다 약간 더 매파적이었다”고 봤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교수 겸 SS이코노믹스 대표는 “올해 금리 인상이 서너 차례 있을 수 있지만 3% 정도로 추정되는 중립 금리에 못 미치기 때문에 여전히 완화적으로 볼 수 있다”며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금리 인상이 있을 수 있으며 이는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날 연준은 시장의 관심이 큰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한 양적긴축(QT)에 대해서는 금리 인상 후 시작하며 ‘상당한(significantly)’ 규모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개시 시점과 규모 등 세부 사항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상당한’의 의미도 말할 수 없다”며 “대차대조표와 관련해서는 2~3차례 회의를 하기 때문에 다음번 회의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알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유자산을 줄이는 데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릴 것이며 우리는 질서 정연하며 예측 가능한 축소를 원한다”고 시장을 달랬다.
이 때문에 3월 FOMC에서 추가적인 정보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마이클 피어스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3월 금리 인상 신호를 분명히 냈다”며 “금리 인상 이후에 대차대조표를 축소하겠다는 그들의 계획을 고려하면 다음 회의 때 (대차대조표 관련) 발표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월가에서는 6~7월에 연준이 QT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파월 의장은 “지난해 12월 FOMC 이후 물가 전망치는 (큰 틀에서는) 비슷하지만 약간 나빠졌을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예상치를 올리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공급난과 물류 문제는 결국 해결되겠지만 이는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리고 높은 인플레이션이 더 지속할 수 있는 위험을 높인다”며 “반도체 문제도 내년까지 더 오래 갈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최근의 증시 변동성이 긴축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밝혔다. 그는 “연준 입장에서는 실물경제가 중요하며 정책 목표인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 핵심”이라며 “한두 개의 시장을 바라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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