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그룹 용퇴론’을 처음 꺼낸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라디오에 출연해 ‘용퇴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낡은 기득권 제도를 용퇴시키기 위해 우리가 힘을 합쳐 노력하자”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 김 의원은 “(586세대 정치인) 용퇴 문제가 핵심이 아니다”라며 “본질은 낡은 기득권 제도를 용퇴시키는 것”이라고 둘러댔다. 불과 사흘 전 “변화와 결단이 필요하다”며 586그룹 퇴진을 주장했다가 갑자기 용퇴 대상을 ‘586 정치인’에서 ‘제도’로 바꾼 것이다. 당내에서 “이런 것을 요설(妖說)이라고 한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도 이런 식의 말 바꾸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 후보는 26일 “네거티브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2시간 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리더가 술이나 마시고 측근이나 챙긴다”며 원색적 비난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22일 “제가 지면 없는 죄가 만들어져 감옥에 갈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역풍이 불자 이 후보는 “내 얘기가 전혀 아니었다”고 말을 뒤집었다. 주어 자체를 바꿔버린 것이다.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이라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알더라”를 비롯해 이 후보의 식언 사례는 일일이 소개할 수 없을 정도다.
이러니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밝힌 ‘국회의원의 동일 선거구 4선 금지’ 조항 신설이나 이 후보 측근 7인이 약속한 ‘임명직 고사’ 등도 믿으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무능하고 위선적인 좌파’로 낙인 찍힌 상당수 586세대의 퇴진은 ‘정치 혁신’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고 국민을 우습게 알고 우롱하는 말장난을 하고 있으니 정치의 근간인 신뢰가 무너지는 것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는 말처럼 믿음을 주지 못하는 위선의 정치는 오래갈 수 없다. 수많은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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