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에서 경찰물은 오랫동안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스테디셀러다.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장장 880회에 걸쳐 방송된 한국 수사물의 원조 '수사반장'부터 방송 중인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까지 경찰물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간 '시그널'과 '비밀의 숲', '보이스', '라이브', '왓쳐', '터널', '유령', '추적자 더 체이서(THE CHASER)' 등 굵직한 경찰물이 시청자들을 찾아 작품성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았다. 탄탄한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비밀의 숲'은 시즌2, '보이스'는 시즌4까지 제작되는 저력을 보였고, '시그널'은 일본에서 리메이크되며 글로벌 인기를 자랑했다.
지난해에도 '괴물', '마우스', '보이스 시즌4', '경찰수업', '마이 네임', '크라임 퍼즐', '해피니스' 등 다양한 경찰물이 인기를 끌었다. 최고 시청률 8.5%(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경찰수업'을 비롯해 넷플릭스 전 세계 3위(플릭스 패트롤 기준)에 올랐던 '마이 네임' 등이 호평을 받으며 막을 내렸다. '괴물'은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드라마 작품상, 극본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크라임 퍼즐'은 올레tv에서 4주 연속 가장 많이 본 콘텐츠 1위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글로벌 OTT 플랫폼과 콘텐츠 유통 계약을 맺고 일본, 북남미, 유럽 등 100여 개국에 판매되기도 했다.
올해도 경찰물의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꾸준히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려 최고 시청률 8.2%를 기록했다. 작품은 전직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와 고나무 작가가 공동 집필한 동명의 논픽션 르포를 원작으로, 프로파일링 기법이 한국에 처음 도입될 무렵을 그린다. 극 중 송하영(김남길)은 권일용을 모티브로 삼은 캐릭터로 권일용이 직접 자문으로 참여해 사실성을 더했다.
관련기사
경찰이라는 소재가 오랜 세월 동안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범죄 유형을 접목해 새로운 에피소드로 전개가 가능하다는 게 가장 매력적이다. 수사물에서 에피소드식 구성은 새로운 사건들을 잇달아 보여주며 작품에 끊임없이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호흡이 긴 드라마 전개에서 시청자들이 지치지 않게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시그널', '보이스', '터널' 등이 이런 전개 방식을 취해 인기를 끌었다.
긴장감 넘치는 수사 과정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경찰과 범죄자의 쫓고 쫓기는 긴박한 추격전과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심리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드라마들은 몰입도를 높이고 동시에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수사반장', '갑동이', '시그널', '터널', '라이프 온 마스', '검법남녀' 등에서 실제 사건을 다뤘고,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도 했다.
복합장르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도 경찰물을 다채롭게 만든다. 수사를 토대로 로맨스, 코미디, 청춘물, 미스터리, 스릴러 등 여러 장르와 자유롭게 접목 가능해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될 수 있다. '보이스'는 절대 청감 능력 소유자가 소리를 단서로 수사했고, '시그널'은 무전기를 통해 현재와 과거가 연결된다는 판타지적인 설정을 넣었다. '터널'은 주인공의 타임 슬립으로 차별화를 뒀으며 '경찰수업'은 경찰 준비생들의 청춘 로맨스물을 그렸다. 또 '유령'은 사이버 범죄에 초점을 맞췄고, '왓쳐'는 경찰을 잡는 경찰인 감찰반을 소재로 삼았다.
올해도 다양한 경찰물이 나올 예정이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필두로 지난 26일에는 디즈니+ 오리지널 '너와 나의 경찰수업'이 첫 공개 됐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은 경찰대학을 무대로 청춘들의 꿈과 사랑, 도전과 패기를 담은 청춘 성장 캠퍼스 드라마로 디즈니+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다. 상반기 공개되는 '소방서 옆 경찰서'는 범인 잡는 경찰과 화재 잡는 소방의 공동대응 현장 일지로 범죄와 응급과 위급을 오가는 치열한 출동의 순간을 그린다. 배우 손현주, 장승조, 이엘리야, 지승현, 오정세 등이 출연해 호평받았던 '모범형사'의 후속작인 '모범형사2'도 곧 안방극장을 찾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