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납치됐다'고 속여 수천만원을 가로채려 한 보이스피싱 조직의 인출책이 경찰에 체포됐다. 일당에 속은 70대 피해자는 휴대전화가 방전돼 위기를 모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태국 국적의 A(41)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6일 전주시 삼천동의 한 빌라 앞에서 피해자 B(75)씨로부터 2,000만원을 가로채려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씨는 "아들을 납치했으니 현금 5,000만원을 준비하라"는 전화에 속아 집 근처 은행에서 적금을 해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B씨가 "가진 돈이라고 해봐야 2,000만원짜리 적금 하나가 전부인데,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A씨는 "그럼 2,000만원이라도 찾아오라"고 명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인출한 뒤 임실에서 전주까지 간 B씨가 한 남성을 만나 돈을 건네자 남성은 "수표는 현금으로 환전해 오라"고 말했고, 이에 B씨는 곧장 은행으로 향해 수표를 현금으로 바꿨다. 이후 B씨가 다시 약속 장소로 향하던 순간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돼 저절로 꺼져버렸다. 사기 조직이 피해자의 신고나 아들과의 통화를 막고 모든 순간을 감시하기 위해 전화를 끊지 못하게 협박해 장시간 통화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B씨는 '연락이 끊기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근처에 있던 삼천지구대를 찾아가 휴대전화 충전을 부탁했다. 경찰들은 B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관련 내용을 듣고 보이스피싱 사기임을 직감했다. 이들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전을 확인하고 사기 범행을 확신했다. 이에 지구대 직원 5명은 즉각 사복 차림으로 접선 장소에 잠복했고 현장으로 향했다.
당시 현장에는 A씨가 있었고, 경찰은 그를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 B씨로부터 1,000만원을 챙겨간 남성의 뒤를 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휴대전화 충전을 위해 지구대를 찾지 않았다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을 텐데, 절반에 그쳐 다행"이라며 "전화금융사기 예방을 위해 금융기관 대상 1,000만원 이상 고액 인출 시 112에 신고하도록 홍보와 협조를 당부하는 등 피해 예방과 검거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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