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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체크] 美 인력난이 MZ세대 때문이라고? 통계는 달랐다

[김연하의 글로벌체크]

25~54세 대부분 일터로 복귀하며

노동시장 참가율 팬데믹 이전 수준 근접

55세 이상 장년층은 은퇴 시점 앞당겨

조기 은퇴 트렌드, MZ 아닌 장년층 주도


지난해부터 미국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한 신조어가 있습니다. 바로 '대퇴사(The Great Resignation)'인데요, 이는 지난해 다수의 미국 내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퇴직 후 직장에 돌아오지 않는 현상이 확산되면서 등장한 용어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직장에서 해고된 이들은 물론 감염에 대한 우려 등으로 스스로 직장을 그만 둔 이들이 시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일터로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이들 대부분은 정부가 제공했던 재난지원금과 실업수당, 그간의 저축 등에 의존하며 본인이 원하는 직장에 공고가 뜰 때까지, 혹은 경제적인 여유가 사라질 때까지 자발적 실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한 도로가에 직원을 구한다는 안내문이 걸려있다. /AP연합뉴스




문제는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팬데믹으로부터 회복세를 보이면서 소비가 늘어난 상황에서 공급망 붕괴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봄부터 구인난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죠. 구인난은 미국에서 정말 심각한 문제인데요, 직원이 없어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것에서부터 영업시간을 줄이는 식당의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각 기업과 기관은 다양한 당근을 흔들고 있는데요, 입사시에 높은 수준의 사이닝 보너스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입사 면접을 보는 이들을 추천하는 직원에게 일종의 사례금을 지급하는 곳까지 등장했습니다. 아마존과 월마트는 직원들에게 대학 등록금까지 지원해주겠다고 나섰죠.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구인난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존에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누리던 서비스들도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요, 일부 버스 노선이 폐쇄되고 지하철 운행 간격이 늘어난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사기업의 구인난도 당연히 심각해서, 힐튼호텔과 메리어트호텔은 객실 등을 청소해주는 하우스키핑 서비스를 고객이 별도로 요청했을 때만 제공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사실 구인난이란 말이 우리 입장에서는 낯설게 느껴집니다. 일자리는 넘쳐나는데 일할 사람은 없다니, 실업이 늘 사회 이슈인 한국 사회에서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기도 하죠. 대체 지금의 구인난은 왜 발생하는 걸까요?

미국 버지니아 알링턴에서 한 남성이 직원을 모집한다는 광고 안내문 옆을 지나가고 있다./AFP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일명 MZ세대의 안티 워크(antiwork)를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윗세대와 다르게 젊은 세대들이 노동을 거부하고 있다는 겁니다. MZ세대는 과거 세대와 다르게 직장과 스스로를 동일시하지 않으며 조직에 대한 충성도도 낮은데, 이제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노동에 대한 이들의 인식까지 달라졌다는 설명입니다. 여기에 아무리 노력해도 부자가 되거나 성공할 수 없는 박탈감까지 겹치면서 일터를 떠나고 있다는 거죠.

하지만 미 노동부가 발표한 통계는 이 같은 분석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연령별 노동참가율에 따르면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20년 1월 83%였던 25~54세의 노동참가율은 지난해 12월 81.9%로 1.1%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쳤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55세 이상의 노동참가율은 40.3%에서 38.5%로 1.8%포인트나 줄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25~54세인 청년층과 중년층은 팬데믹이 진행되면서 노동시장으로 돌아온 반면, 상당수의 55세 이상 장년층은 여전히 노동시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결국 이 같은 통계를 볼 때 최근의 조기 은퇴 열풍은 MZ세대가 아니라 기존보다 은퇴 시점을 앞당긴 장년층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도 같은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25~54세의 경우 매달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지금의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이들의 노동시장 참가율은 팬데믹 이전 수준인 83%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반면 장년층에 대해서는 "조기 은퇴하는 (55세 이상)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55세 이상의 미국인 장년층이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계속 일해왔다면, 현재 약 200만명 이상의 근로자를 더 고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달 기준 25~54세의 노동참가율은 기준치를 웃도는 반면 55세 이상의 노동참가율은 기준치를 밑돌고 있다.


그렇다면 장년층이 조기 은퇴를 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들 중 상당수는 스스로 은퇴 시점을 앞당긴 것으로 보입니다. CNN은 "일부 장년층은 지난 몇 년 간 주식시장 강세와 부동산 상승의 수혜를 입어 조기 은퇴를 자발적으로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 미국인의 실질 순자산은 2019년 4분기 대비 14.2%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조기 은퇴하는 장년층 모두가 은퇴를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들 중에는 회사로부터 해고돼 일자리를 잃었으며, 현재는 코로나19에 대한 감염 우려로 일터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죠. CNN은 "강제로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이들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인 것도 모자라 실업자까지 됐다"며 "조기 은퇴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꿈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모두에게 행복한 이야기가 되지는 않는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통계를 볼 때 그간 인력난의 주범으로 지목됐던 MZ세대는 다소 억울할 듯 합니다. 사실 MZ세대는 너무 넓은 연령대를 포함하는 용어죠. MZ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난 이들을 뜻하는데, 1980년생이 한국 나이로 올해 43살이고 2002년생이 21살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들을 한 카테고리에 넣어 정의한다는 게 다소 황당한 일인 것 같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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