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돈을 모을 수가 없어. 그냥 밥 먹고 살려고 장사하는 거지.”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청과물시장에서 40여년간 곶감을 판매해온 김옥숙(75) 씨는 지난 28일 이 같은 푸념을 늘어놓으며 “힘들어도 참아야지 어쩌겠냐”고 말을 흐렸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명절이 다가오면 선물세트를 밤새 만들었다는 김 씨는 이제 곶감이 남을까봐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코로나19 이후엔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 그는 “안 그래도 손님이 없는데 물가도 지난해보다 많이 오르니 곶감이 팔리지 않는다”며 호소했다.
명절을 앞두고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평소보다 많았지만 상인들은 여전히 울상이었다.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30대 김 모 씨는 “2년 전에는 명절이 다가오면 사람들이 밀릴 정도로 시장 입구부터 인파가 가득 찼다”며 씁쓸해 했다. 김 모 씨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반으로 급감하는 바람에 가게 운영 인력을 줄이고 아르바이트 직원도 해고했다. 그는 “2년 전에는 직원이 4명이었는데 이제는 2명만 남았다. 손님이 없어서 할 일이 없으니 아르바이트 직원도 더 이상 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 비용(4인 기준)은 전통시장이 평균 26만 2,645원으로 대형마트 34만 1,859원보다 저렴하다. 하지만 상인들의 어려움에는 차이가 없다. 35년째 과일을 판매하는 이 모(67) 씨는 “마트보다 여기가 더 싼데도 코로나19 때문인지 손님이 적다”고 토로했다.
2년여 간 이어진 코로나19발 경기 불황에 상점을 닫는 상인들도 있었다. 경동시장 수산물지하상가에서 40년 넘게 생선을 판매하는 부안상회를 운영해온 안복윤(80세) 씨는 “마지 못해 가게를 운영해왔는데 몸만 아파서 이제 가게를 정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안 씨의 상점 주변에는 이미 폐점을 해 비어있는 공간이 많았다. 상인들은 “명절인데도 손님이 3분의 1에 그친다”고 입을 모았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여파가 이어지면서 매출이 부진하자 상인들은 정부를 향해 대책 마련의 목소리도 냈다. 청량리수산물시장에서 생선을 판매하는 50대 김 모 씨는 “사람들도 변이 바이러스가 무서워서 안 나오고 정부의 대책도 없으니 답답하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추석과 비교해 매출이 30~40% 줄어들었다”며 “정부가 지원책을 세워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경동시장에서 30여년간 보리굴비 판매점을 운영하는 손장식(58) 씨도 지원책 유무에 따른 차이를 강조했다. 손 씨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지급했을 때와 비교해 최근의 매출은 5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자기 돈으로 사야 해서 그런지 굴비를 사는 사람이 없다”며 “명절 전이어도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서 큰 차이가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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