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미운오리새끼 같은 내 키가 나에게 준 ‘선물’이 하나 있다. 희한하고도 감사한 선물인데, 내가 어디를 가든 나를 한 번 본 사람은 결코 잊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록 그게 장애를 가진 내 남다른 생김새만을 기억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세상엔 자신을 인식시키고 싶어 안달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누군가의 뇌리에 단단하게 새겨지니 신기하고도 감사한 일이 아닌가. 제아무리 대단한 미녀라고 해도 한 번 만난다고 해서 기억에 남지는 않을 것이다. (…)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겐 저마다 존재의 이유가 있다. 나는 남들에 비해 턱없이 작은 키로 인해 남다른 경험과 생각들을 원 없이 하게 되었고 또 앞으로도 수없이 하게 되리라. (이지영, ‘불편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 2013년 문학동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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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작가는 ‘가성연골무형성증’으로 인해 키가 110㎝까지만 자랐다. 왜소증을 동반하는 이 희귀질환은 가족력이나 특별한 이유도 없이 무작위로 나타난다. 왜 하필 나냐고 따질 수도 없는 고통에 태어나면서부터 당첨된 삶.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평범한 사람들의 시선일 뿐, 그는 불운을 특별한 ‘선물’로 바꿔놓은 비범한 사람이었다.
그는 취업 전선에서도 이 ‘선물’을 십분 활용한다. 졸업 후 면접관들은 그에 대한 질문이 아니라 ‘고객들이 어떻게 볼까?’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진 않겠나?’처럼 그를 둘러싼 편견과 그의 몸에 대해서만 물었다. 하지만 61번째 면접에서 그는 당당히 말한다. 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 불가능은 아니라고.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합격한 그는 지금도 자신의 가능성을 뿜으며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완벽하지 않다. 살아갈수록 핸디캡과 불편이 주렁주렁 달린다. 하지만 그 불편에 찌그러지느냐, 그것을 역전시키느냐는 내 인생에 달려 있다. 당신의 삶, 역시 불편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 /이연실 출판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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