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인체를 고의로 감염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증상은 접촉 후 이틀 만에 빠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은 지난 2일(현지시간) 건강한 18~30세 남녀 36명을 코로나19에 일부러 감염시킨 뒤 통제된 환경에서 2주간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실험은 알파 변이가 나오기 전 초기 바이러스를 최소 분량 코안에 뿌리는 방식으로 진행됐고, 지원자의 절반인 18명이 감염됐다.
증상은 약 2일 만에 나타났고 5일째에 감염력이 가장 높았다. 실험실 검사에서는 평균 9일 뒤까지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 일부는 12일까지도 나왔다. 감염 초기엔 목에서 바이러스가 많이 나왔지만 시간이 지나면 코에 더 많아졌다.
감염자 중 2명은 중도에 항체가 검출돼서 실험이 중단됐고 나머지 16명은 경증 혹은 중등증의 감기 같은 증상을 보였다. 감염자들에게는 코로나19의 대표적인 증상인 코 막힘, 콧물, 재채기, 목 부음 등이 나타났고, 일부는 두통, 몸살, 피로, 열 증상도 있었다.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감염부터 회복까지 전 과정을 지켜본 첫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 결과는 아직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았다.
이번 실험을 이끈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의 크리스토퍼 츄 교수는 “참가자 중 증상이 심각한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폐에 변화가 생긴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감염자 13명은 일시적으로 냄새를 맡지 못했지만 대부분은 90일 내 정상으로 돌아왔고 3명은 계속 개선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신속 항원 검사도 감염력 있는 바이러스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신뢰할만한 검사방법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감염 초기나 말기에 바이러스 양이 적을 때는 효과가 덜했다.
한편 연구자들은 왜 절반의 참가자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체에 직접 주사받았는데도 감염되지 않았는 지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같은 미감염자들 중 일부는 짧은 기간 동안 낮은 수준의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는 그들의 면역체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싸워 물리쳤다는 의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치우 임페리얼칼리지런던대 교수는 "어떻게 이전에 노출된 적이 없는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면역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며 "델타 변이를 사람들에게 직접 주사하는 실험도 실시할 예정이다. 백신을 접종한 후에도 발생하는 돌파감염을 막을 수 있는 면역 요소를 연구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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