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 한국 대표팀에 귀화 선수는 19명이나 됐다. 안방 올림픽에서 성적으로도 자존심을 차리려는 개최국 의지와 올림픽 출전을 향한 외국 선수들의 열망이 맞아 떨어진 결과였다.
대회 뒤 대부분은 고국으로 돌아가거나 다른 나라 대표팀으로 옮기는 등 한국을 떠났다. 평창에 이어 베이징에서도 ‘팀 코리아’로 뛰는 푸른 눈의 태극전사는 3명이다. 루지(누워서 타는 썰매) 여자 싱글의 아일린 크리스티나 프리쉐(30·경기도청), 바이애슬론(크로스컨트리+사격) 남녀부의 티모페이 랍신(34)과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32·이상 전남체육회)가 주인공이다. 한국에 남는 것도, 올림픽 참가 기준을 다시 충족하는 것도 다 어려웠을 텐데 이들 셋은 해냈다.
프리쉐는 독일에서 한 번 은퇴했다가 대한루지경기연맹의 설득에 2016년 한국으로 귀화하면서 다시 루지를 탔다. 평창에서 8위에 오른 그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진짜’ 은퇴한다. 지난 3일 밤 베이징 옌칭의 국립 슬라이딩센터에서 훈련 주행을 마친 프리쉐는 “모든 운동 선수는 좋은 모습으로 현역 생활을 끝내고 싶어한다”며 “나도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이니까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3년 전 월드컵 대회 때 큰 사고를 당해 꼬리뼈와 양 손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기도 했다. 수술 후 재활을 거쳐 다시 올림피언이 된 프리쉐는 “부상을 이겨내고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을 때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안도감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부상 부위가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온 게 아닌 데다 이날 연습 주행 때 벽에 부딪쳐 손에 붕대까지 감았지만 후회 없는 레이스에 대한 의지는 어느 때보다 활활 타오르고 있다. 프리쉐가 출전하는 루지 여자 싱글은 오는 7일 시작돼 8일 밤 최종 순위를 가린다.
랍신은 지난 3일 생일을 맞아 선수촌 식당에서 조촐한 파티를 했다. 한국 선수단이 케이크를 준비하고 랍신의 삽화를 담은 액자를 선물했다.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러시아 국가대표를 지내며 월드컵 통산 6회 우승을 거둔 랍신은 2017년 한국 국적을 얻었다. 평창에서 남자 10㎞ 스프린트 16위에 오른 뒤 2019 세계선수권에서 2관왕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목표는 톱 10 또는 그 이상이다. 랍신과 함께 귀화한 러시아 청소년 대표 출신 아바쿠모바도 평창에서 기록한 16위(여자 15㎞ 개인) 이상의 성적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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