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확진돼 재택치료에 들어갔고 가족들도 자가격리를 했는데 배우자가 감염되면서 격리 기간이 늘어났습니다. 누구도 증상이 없는데 20일 가까이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 씨는 “2차 접종을 한 지 막 90일이 지나면서 미접종자로 분류돼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재택치료를 하고 있는 배우자보다도 7일 더 격리를 하고 있다”며 현행 코로나19 격리 체계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6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정부는 오미크론 변이 대응 단계에 돌입하면서 접종 완료자에 한해 격리 기간을 10일에서 7일로 단축했다. 접종 완료자는 3차 접종을 했거나 2차 접종 후 90일이 넘지 않은 사람만 해당된다. 2차 접종 후 90일이 지난 사람은 미접종자로 분류돼 확진될 경우 10일, 가족이 확진돼 재택치료를 할 경우 14일을 집에서 지내야 한다. 격리 도중 다른 동거 가족이 확진될 경우 격리 기간이 늘어나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이달 말 기준으로 3차 접종 간격(90일)이 도래한 대상자는 4077만 명이다. 3차 접종률은 60대 이상에서는 86.2%이지만 40대 이하에서는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핵심 생산인구의 절반이 미접종자로, 14일 이상 경제활동에 제한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확진자가 10만 명 이상 나오는 오미크론 정점에 다다를 경우 이 같은 격리 체계가 사회 기능의 마비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업마다 재택치료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는 하지만 자가격리자들의 종사 업무에 따라 일반 기업은 물론이고 각종 공공 서비스에서도 인원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울에 사는 다른 직장인 B 씨는 “미국에 출장을 다녀온 후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격리 기간이 끝날 때쯤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와 재격리에 들어갔다”며 “2주 넘게 격리했는데 대면 업무가 주인 영업직이라 타격이 컸다. 아무런 증상도 없었는데 억울할 뿐”이라고 호소했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오미크론이 발생한 나라들은 확진자와 밀접 접촉자의 격리 기간을 5일 수준으로 단축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는 감염 후 5일이 지나면 감염력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과학적 근거에 따라서다. 미국은 무증상 감염자의 격리 기간을 5일까지 줄였다. 경증 감염자 역시 24시간 동안 발열이 없을 경우 5일이 지나면 격리가 해제된다. 밀접 접촉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았거나 2차 접종 후 5개월이 지났으면 5일간의 격리 의무가 부과된다. 영국 정부는 지난달 14일 확진자 격리 기간을 5일로 축소했다. 밀접 접촉자는 백신 접종을 2회까지 완료했다면 격리를 면제받을 수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최근 확진자의 동거 가족이 7일 동안 발병하지 않으면 자가격리를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동거 가족은 최장 17일 동안 격리를 해야 했지만 가족까지 사회 활동을 유지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격리 기간을 단축했다.
우리나라도 오미크론의 특성을 고려해 격리 체계를 재편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전수 검사, 전수 격리 방식으로 환자를 관리하다 보니 오미크론에 대한 공포가 지나치고,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공포감을 불식시키고 방역 개념에 대한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사회 필수 인력에 대한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천천히 유럽처럼 방역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역 당국은 무증상 감염자도 여전히 감염력을 가지고 있으며 격리 기간 완화는 유행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방역 당국 관계자는 “이미 오미크론에 맞춰 격리 기간을 단축했다”면서 “오미크론의 중증화율이 낮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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