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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해 우리는' 김다미, 스펙트럼을 확장하다

'그해 우리는' 김다미 / 사진=앤드마크 제공




영화 '마녀'의 사이코패스 초능력자로 혜성처럼 등장한 배우 김다미는 이후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공감 능력이 결여된 소시오패스를 연기하며 대중에게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었다. 짙은 캐릭터로 두각을 나타낸 그가 이번에는 드라마 '그해 우리는'을 통해 지극히 일상적인 옷을 입고 시청자 앞에 섰다. 새로운 얼굴을 한 그는 공감과 따뜻함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셨다.

김다미가 처음으로 도전한 현실 로맨스 SBS 월화드라마 '그해 우리는'(극본 이나은/연출 김윤진)은 헤어진 연인인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가 다큐멘터리 촬영 때문에 카메라 앞에 강제로 소환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국연수는 일찍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할머니와 둘이 살면서 가난을 이기려 애쓰다 다정하고 따뜻한 최웅을 만나게 된다. 5년간 달달한 연애를 이어가던 국연수는 서로의 상황이 너무 다르다는 걸 깨닫고 최웅의 손을 놓게 된다.

"대본을 술술 읽었던 기억이 나요. 내레이션이 많았는데, 그러다 보니 국연수와 최웅의 속마음을 쉽게 알 수 있겠더라고요. 인물의 감정선이 잘 느껴져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죠. 인물들의 감정에 따라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도 매력적이었어요."

"워낙 전작들에서는 보여드린 캐릭터가 강렬했잖아요. 전작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이 많다고 생각했기도 하고요. 처음 만난 유형의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배운 점도 많아요. 국연수는 감정을 꾹 참는 캐릭터다 보니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많이 참으면서 속으로 갖고 가잖아요. 속마음을 얼굴로 표현하는 법을 배웠어요. 국연수를 연기하면서 저도 마음이 열린듯한 느낌이었어요."

'그해 우리는' 스틸 / 사진=SBS


작품은 국연수와 최웅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회에 나온 20대 후반까지 10년의 세월을 그렸다. 김다미는 성장하는 국연수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비주얼부터 발성, 말투까지 전반부와 후반부에 차별점을 뒀다.

"고등학교 때는 조금 더 많이 툴툴대고 어린 느낌을 주고 싶어서 이를 악물고 대사를 하기도 했죠. 조금 더 퉁명스러운 톤을 사용했어요. 학창 시절에는 가시가 돋친 상태고 벽이 많았다면,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는 똑 부러진 느낌을 더 주기 위해 또박또박 말하려고 했어요. 일상적인 부분은 또 다르잖아요. 국연수는 항상 마음을 숨기는데, 최웅이나 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는 의지하면서 행복한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가난에 지친 국연수는 자신과는 상황이 다른 최웅을 보며 피해의식을 느꼈고, 결국 모질게 이별을 고했다. 일각에서는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연인을 끊어낸 국연수의 행동은 쉽게 이해하지 힘들다"고 했지만, 이미 국연수를 마음속 깊이 이해한 김다미는 상황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제가 연기해서 그런지 몰라도 마음이 많이 이해되더라고요. 최웅과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잖아요. 국연수의 부모님 이야기가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화목한 최웅의 가족과는 확실히 다르죠. 저라도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상대방에게 짐을 주고 싶지 않아서 말을 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하물며 국연수는 평상시에도 자신의 이야기를 잘 안 하잖아요. 더 이해가 됐죠."

"다만 연수가 마음을 안 보여줬던 시간이 너무 긴 것 같다는 생각은 했어요. 재회한 후에 최웅이 다시 '우리가 헤어졌던 이유가 뭐냐'고 묻잖아요. 그때 '조금은 더 말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였으면 다시 만났을 때는 제 마음을 표현했을 것 같기도 해요."





국연수 변화의 중심에는 최웅이 있었다. 좀처럼 겉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국연수는 최웅과 만나고 이별하고, 재회할 때 감정이 가장 크게 요동쳤다. 이런 국연수와 최웅의 호흡이 작품 그 자체의 감정선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했다. '마녀'에서 서로 대립하는 역할이었던 김다미와 최우식이 이번 작품에서 재회해 절절하게 사랑하는 모습은 큰 재미 포인트이기도 했다. 김다미는 상대역이 최우식이었기에 국연수의 미묘한 변화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무래도 알던 사이다 보니까 호흡이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보통 친해질 시간이 필요한데, 우린 그런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으니까요. 첫 촬영을 갔는데, 첫 촬영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최우식의 최웅이 없었더라면 국연수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재밌게 찍었고, 제가 의지를 많이 했어요. 친하다 보니까 처음에는 스킨십 장면을 찍을 때 어색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도 점점 더 편해지면서 실제 최웅과 국연수의 케미가 나온 것 같아요."

"나중에 최우식과 또 호흡을 맞춰도 재밌을 것 같아요. 더 깊은 멜로가 있는 부부 역할을 해도 좋을 것 같고, '마녀'처럼 액션으로 진하게 붙고 싶기도 해요. 최우식과는 다양하게 시도해도 편하게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죠."(웃음)

국연수와 최웅은 결혼으로 결말을 맞는다. 다큐멘터리로 만난 국연수와 최웅이 다큐멘터리로 재회하고, 또 다큐멘터리를 통해 결혼 생활을 보여줬다. 작품 전체의 서사가 다큐 3부작으로 이어진 것을 본 김다미는 작가가 대단한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다큐로 만나게 된 만큼 다큐로 끝나는 결말을 정말 재밌다고 생각해요. 다만 연애의 종착역이 결혼이 될 수 있겠지만, 전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마무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작품은 다소 낮은 시청률을 기록했으나 화제성과 OTT 순위는 압도적이었다. TV 화제성 분석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드라마 화제성과 출연자 화제성을 비롯한 검색 반응 등에서도 줄곧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밝힌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부문에서는 전체 3위에 등극하기도 했다. TV보다 OTT를 선호하는 2030 시청자 층이 많아지면서 글로벌 인기도 따라왔다.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작품은 TV프로그램 부문 전 세계 9위까지 올랐다.

"이렇게까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실지 몰랐어요. 대본, 연출, 연기의 시너지가 나온 게 아닐까요. 현장에서 정말 재밌게 찍었고, 그런 에너지 때문에 인기를 끈 게 아닐까 싶어요. 또 현실적으로 연애를 다룬 점이 매력적이었을 거예요. 너무 현실적이어서 판타지스러울 때가 있지도 했지만,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악역이 없는 점도 사랑받을 수 있었던 포인트라고 생각해요."(웃음)

시청자들의 마음 속에 잔잔한 공감으로 기억될 작품은 김다미에게도 남다르게 기억될 것이다. 김다미의 필모그래피에 드라마는 '이태원 클라쓰'와 '그해 우리는' 단 두 작품. '이태원 클라쓰'로 흥행을 이뤘다면, '그해 우리는'으로 호평을 이끌었다. 이런 김다미의 필모그래피는 짧지만 누구보다 강력하다.

"작품을 통해 다시 교복을 입으면서 학창 시절을 떠올렸어요. 당시 전 고등학교 때 평범하게 학교 생활하면서 배우를 꿈꿨거든요. '나도 연말에 백상예술대상이나 청룡영화제에 참석하고 싶다'는 꿈을 꿨는데, '마녀'를 통해 그걸 이뤘잖아요. 돌이켜 봐도 실감이 나지 않아요. 그때 그렇게 바랐던 연기 활동을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는 게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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