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들은 오른쪽 길, 사람들은 왼쪽 길.” 어릴 때 많이 흥얼거리던 노래다. 차는 우측 통행을, 사람은 좌측 통행을 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다가 2009년부터 사람들도 차와 마찬가지로 우측 통행을 하기로 했다. 차들이야 원칙이 있어야 하겠지만 사람들은 우측 통행이든 좌측 통행이든 편하게 다니면 되지 왜 이렇게 하자고 하는 것일까.
안전 때문이다. 차를 마주 보고 걷는 게 차와 같은 방향으로 걷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마주 오는 차는 피할 수 있지만 뒤에서 오는 차량은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운전석이 왼쪽에 있고, 승객을 오른쪽으로 태우기 위해 도로의 우측으로 통행해야 한다. 사람들도 우측 통행하는 차를 마주 보기 위해 우측 통행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왜 2009년 전까지는 좌측 통행을 했을까. 슬픈 식민지 잔재다. 일본은 차량 운전석이 왼쪽에 있다. 메이지유신을 거치면서 영국의 제도를 도입하다 보니 많은 영연방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측 운전석을 채택했다. 차가 좌측으로 다니기 때문에 사람들도 좌측으로 다니는 것이 안전하다. 그런 일본의 제도가 일제강점기에 도입돼 좌측 통행이 보편이 됐다. 해방 이후 미군정기에는 좌측 운전석인 미국 차가 보편화돼 차는 우측으로 다니게 됐지만 사람은 계속 좌측으로 통행하게 된 것이다.
참고로 영국이 우측 운전석을 쓰게 된 이유는 마차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주로 오른손잡이인 마부가 채찍을 휘두르기 편하게 오른쪽으로 앉게 됐다. 마차의 방식을 차 제작에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차는 기어박스가 중앙에 있어야 제작에 편리하므로 오른손잡이가 편하도록 운전석을 왼쪽으로 옮길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차를 대량 생산하면서 왼쪽 운전석으로 바꿨다고 한다.
그런데 이렇게 우측 통행이 안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차도와 인도의 구별이 없는 곳에서는 어떻게 통행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골목길, 특히 관광지나 번화가의 작은 길에는 차도와 인도의 구별이 없다. 이러한 곳은 도로 전체로 봤을 때 도로의 좌측으로 통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도로의 왼쪽으로 통행해야 차량과 마주 보며 보행할 수 있는 것이다. 도로의 오른쪽으로 가게 되면 차가 뒤쪽에서 오게 된다.
이것은 공원이나 강변 등 자전거길이 조성된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전거길과 산책로가 구별된 곳은 우측 통행을 해야 자전거를 마주 보며 걷게 된다. 그러나 구별이 되지 않는 곳은 도로의 좌측으로 통행해야 자전거를 마주 보면서 걷게 돼 더 안전하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바닥에 보행자 표시를 도로의 오른편으로 해두고, 자전거는 보행자를 조심하라고 해둔 표지를 종종 본다. 표지를 설치한다면 도로의 왼쪽으로 걷기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면 너무 헷갈릴까. 그렇지만 왜 우측 통행을 하는지 원리를 생각하면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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