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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진흥?…한복집들 월세 내기도 힘들어 줄폐업

정치권 한복 알리기 한창이지만

종로 지하상가 2곳중 1곳 문닫아

광장시장 가게도 손님 찾기 힘들어

서울 광장시장의 한복 상가에 입점한 가게 절반가량이 닫혀 있다. /박신원 기자




“이 주변 한복점들 다 비었어요. 지난해에는 월세 내기도 힘들어서 가게 주인들이 단체로 대리기사도 뛰고 요양보호사 일까지 했다니까요.”

서울경제 취재진이 찾은 종로4가 지하상가에는 적막감이 가득했다. 원래 이곳은 한복점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상가 복도에는 지나는 사람조차 없었다. 한복점 20여 곳 가운데 10곳이 문을 닫은 탓이다. 그나마 영업 중인 가게에서도 TV 소리만 흘러나왔다. 자리를 옮겨 종로5가 광장시장. 한복점들만 모여 있는 상가 건물에서도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으로 촉발된 ‘한복 공정(역사·문화를 왜곡하는 중국 동북공정에 빗댄 표현)’ 논란으로 정치권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한복 알리기가 한창이었지만 정작 한복점들은 고사 직전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복 수요 감소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치면서 한복 업계 불황의 골이 한층 깊어지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으로 대면 공연·행사가 줄줄이 취소된 데다 결혼식마저 잇따라 연기되거나 취소되면서 한복 수요가 급감했다. 게다가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줄면서 경복궁 등에서 체험용 한복을 대여해주는 가게들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실제로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5년 새 한복 제조업 매출은 54% 급감했다.

종로에서 한복점을 운영하는 정 모 씨는 “코로나로 결혼식 예복용 한복 주문이 급감하고 공연이 크게 줄어든 것이 매출이 떨어진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명절이나 기념일에 한복을 입는 관행이 줄어든 것도 이유로 꼽힌다. 임 의원실이 국민 60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한복의날(10월 21일)을 ‘전혀 모른다’는 응답이 47.4%에 달했다. 대학생 허유정(24) 씨는 “해외에서 국제학교를 다닐 때는 문화의 날 행사 때마다 한복을 입었는데 한국에 돌아오니까 오히려 한복을 입을 일이 전혀 없다”며 “명절에도 양복이나 단정한 일상복만 입지 한복을 입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통문화를 되살리겠다며 한복 진흥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효과는 크지 않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2년 한복 분야 지원 사업 예산 규모는 103억 5000만 원으로 지난해(68억 원)보다 35억여 원 증액됐지만 한복 업계가 체감하는 효과는 미미하다.

광장시장에서 한복점을 운영하는 김 모 씨는 “정부가 조사관들을 보내 매출이 얼마인지, 몇 년 일했는지 정도만 묻고 가는데 바뀌는 건 없다”며 “손소독제 주고 인터넷에 가게 홍보 글을 올려주는데 큰 도움은 안 된다”고 답답해했다.

전문가들은 국민들이 한복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업계 불황은 한복을 잘 입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한복 진흥 사업 예산 확대 효과가 나타나도록 대중이 한복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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