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지속하면서 나스닥이 2.78%나 빠졌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도 각각 1.90%, 1.43% 내렸는데요. 우크라이나 지정학 문제와 연준, 두 가지가 증시를 흔드는 양대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어제 ‘3분 월스트리트’에서 3월 0.5%포인트 금리인상 전망 관련 내용을 전해드렸습니다. 오늘 시장 반응은 어땠을까요. 하루가 지난 만큼 전문가들도 보다 차분하게 들여다 볼 수 있었을 듯한데요. 한국 휴일이라 ‘3분 월스트리트’가 없는 날이지만 우크라이나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연준이 양적완화(QE) 즉각 중단 같은 여러 전망과 추측이 쏟아지는 만큼 월가의 분위기를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러시아 침공 땐 유가·밀·비료 등 가격 추가 상승”…“단, 여전히 시장선 단기간 내 전쟁 가능성 낮게 봐”
피터 부크바 브리클리 어드바이저리 그룹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러시아가 일으키는 지정학적 긴장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 침공 땐 유가와 밀, 비료 등의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며 “연준은 지정학 문제를 이유로 금리인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7.5% 폭등한 것으로 나오면서 시장에는 3월 0.5%포인트나 올해 7회 금리인상 가능성이 가격에 반영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문제가 없었을 때도 매우 공격적인 금리인상 얘기가 있었는데 러시아가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기름값과 밀 등의 가격이 폭등해 연준은 더 궁지에 몰리게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죠.
우크라이나 문제가 서방국가와 러시아의 직접적인 충돌로 이어진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연준의 금리인상을 막지 못한다는 뜻인데요.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날보다 배럴당 3.6% 오른 93.10달러에 마감했고 4월 브렌트유는 4.0% 오른 95.04달러에 거래됐습니다. 전쟁이 발발하면 유가는 추가로 급등할테고 세계 5위 밀 생산국인 우크라의 산출량이 크게 감소하게 될 겁니다. 이는 모두 물가상승을 가르키지요.
하나 알아둬야 할 것은 미국 정부와 시장이 전쟁 가능성을 두고 여전히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지요. 영국 정부도 자국민에게 하루 속히 우크라이나를 떠나라고 요구했습니다. 애틀랜틱 카운슬의 프레드 켐프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주말에 우크라이라는 침공할 것 같다”고 하기도 했는데요.
월가의 생각은 다릅니다. 월가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UBS의 아트 캐신은 “오늘 장은 우크라이나와는 약간의 관계가 있을 뿐”이라며 “그런 일(침공)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유라시아그룹의 설립자 이안 브레머는 “24시간 전만 해도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은 다음 주에 통화를 한다고 돼 있었는데 내일(12일) 한다는 것은 상황이 긴박하며 그동안의 외교접촉 결과가 좋지 않다는 의미”라며 “푸틴이 어떤 결과를 보기 원한다면 그는 우크라와 유럽에서 더 심각한 일을 벌일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이것이 언제 일어나느냐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일단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러시아가 침공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를 냈고 시진핑 주석 입장에서는 올림픽 기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매우 크게 화를 낼 것이라고도 했죠. 물론 이 부분은 상당히 논쟁이 많은데요. 브레머 대표는 러시아가 전면전이 아닌 분쟁지역인 돈바스만 제한적으로 침공하면 미국·유럽과 대화의 가능성이 더 열릴 수 있다고도 보고 있습니다.
“2월 CPI 예상치 웃돌면 0.5%p 금리인상 가능”…“연준, 너무 뒤처져 적극 대응 못해”…“금리인상 신중하게 할 것”
이제 오늘 나온 금리인상 관련 얘기를 집중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3월에 연준이 0.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하느냐는 다음달 10일에 나올 2월 CPI에 달려있다”며 “이 수치마저 예상치를 웃돌면 연준은 3월에 최소 0.5%포인트는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앞으로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까지 나올 물가 지표는 25일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와 다음달 10일로 예정된 2월 CPI가 있습니다. 연준이 선호한다는 측면에서 PCE를 주목할 필요가 있지만 더 최신 상황을 알려주는 2월 CPI의 숫자가 시장을 흔들 수도 있습니다. 신채권왕이라고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은 “올해 (수치가 내려가도) 인플레이션이 5%대를 보일 수 있다”며 “시장 예상보다 더 많은 금리인상이 필요할 것”이라고 했는데요.
이와 별도로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의 생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이날 블룸버그TV에 나와 “연준이 긴급회의 개최를 통한 금리인상이나 대차대조표 축소 개시 발표, 갑작스러운 양적완화(QE) 중단은 하지 않을 것인데 이는 연준의 정책대응이 늦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늦었기 때문”이라며 “연준이 이런 행동을 할 경우 시장은 연준이 공포에 질려 있다고 판단할 것이고 시장에는 유혈이 낭자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인 판단으로 보이는데요. 현 상황에서 연준이 지나치게 서두르게 되면 되레 시장을 공포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인플레가 더 오를까 속은 새까많게 타들어가면서도 겉으로는 짐짓 괜찮은 척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늦었을 때도 적당히 늦어야 뛸 수 있지 지금 뛰기 시작했다가는 약속장소에 제때 도착할 수 없다는 확신과 절망감만 주게 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일 수도 있는데 이날도 월가 안팎에서는 연준이 0.25%포인트씩 단계적 접근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는데요. 라파엘 보스틱 보스턴 연은 총재는 CNBC에 “1월 CPI 이후에도 0.25%포인트씩 올해 3~4번 금리인상한다는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고 했고, 톰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0.5%포인트 인상을 언젠가 할 수 있다고 보면서도 당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죠. 메리 델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도 1월 CPI 공개 이후 0.5%포인트는 선호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정리하면 어제 3월 0.5%포인트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폭등한 이후 오늘은 2월 CPI가 그 방향을 가를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더 많이 올리고 싶지만 투자자들이 패닉에 빠질까 꾸준히 0.25%포인트씩의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연준이 당장 회의를 열고 QE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힌 반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대 교수는 “QE가 효율이 낮다고 생각하며 중단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금리인상은 절대 쇼킹한 치료법을 쓰면 안 된다”고 했죠.
“연준, 시장 기대 맞출 것…상반기 내내 불안한 장 계속될 듯”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연준은 시장의 기대가 있으면 가급적 그것을 맞춰주는 선에서 행동을 하려고 한다”며 “연준 입장에서는 너무 비둘기파적으로 보여 인플레이션 통제력을 잃으면 문제고 반대로 너무 매파적이어서 경기가 망가지면 문제인데 시장이 알아서 0.5%포인트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니 안 그래도 원하고 있던 판에 이를 맞추지 않을까 본다”고 했는데요. 그는 3월 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절반이 넘는 수준이라고 했습니다.
예를 들면 연준은 시장의 기대가 100이라면 10~20 정도 범위 내에서 정책을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너무 시장 기대대로 똑같이 해도 안 되지만(그러면 FOMC를 할 필요가 없지요) 그렇다고 100인데 200이나 0을 하지도 않는다는 겁니다. 오차가 너무 크면 ‘서프라이즈’가 되고 시장이 뒤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지요.
커트니 깁슨 루프캐피털 마켓 사장은 “금리인상 횟수와 관련해 5번, 6번, 7번 어떤 것을 생각하든 간에 시장은 이미 3월에 0.5%포인트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으며 이는 연준 입장에서는 하나의 옵션이 된다”고 했습니다.
핵심은 시장의 기대가 꾸준히 변한다는 점입니다. 이제 골드만삭스도 올해 7번의 금리인상을 예측하고 있는데요. 아직 3월 FOMC까지 한 달가량이 남았고 시장 상황이 변할 수 있는 만큼 연준이 긴급 회의 개최나 불시의 QE 중단 같은 극약처방을 할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 앞으로 추가될 데이터를 살펴보는 게 중요하겠습니다.
증시 변동성은 자연스럽게 커질 듯한데요. CNBC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을 둘러싼 논쟁과 우크라이나에서의 긴장이 다가오는 주에 증시를 흔들어놓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연 1.9%대로 떨어졌지만 이는 우크라이나 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에 수요가 늘어난 측면이 있는데요. 월가의 또다른 관계자는 “1월 초에 주식이 떨어지자 숏포지션이 풀리면서 2월에는 증시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공포감에 전반적인 투자 심리가 약한 것 같다”며 “아직 연준이 어떻게 할지 더 봐야 하고 우크라이나 문제와 유가 등이 있어서 상반기 내내 만만치 않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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