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13일 ‘야권 단일화’를 국민 여론조사 방식으로 결정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아전인수격”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과거 두 야당 후보의 지지율이 비슷했던 4·7재보궐선거 당시와 달리 안 후보의 지지율이 10% 안팎에 불과하고 시기적으로도 촉박하다는 이유에서다.
안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일화 경선 방식을 두고 다시 원점에서 논의할 이유는 없다”며 “상식에 기반해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양당이 합의했던 기존 방식을 존중하면 짧은 시간 안에 매듭지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는 지난해 4·7재보선 때 안 후보와 당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합의했던 방식이다. 두 후보는 여론조사 기관 2곳에 의뢰해 적합도와 경쟁력을 물어 합산한 뒤 산출하는 방식으로 단일 후보를 선출했는데 여론조사 문항과 방식을 두고 막판까지 치열한 기 싸움이 이어졌다. 두 후보가 재차 방식에 대해 논의할 경우 시간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다만 당시에도 단일화 합의는 극적으로 이뤄졌지만 단일화 방식에 합의하기까지 한 달 넘게 소요됐다. 두 후보 역시 후보 등록일(3월 19일) 전 단일화에 합의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결국 각자 후보 등록 이후 투표용지 인쇄일(3월 28일)까지 단일화 협상 시점이 밀렸다.
단일화에 부정적 입장을 유지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안 후보의 단일화 제안에 “지금 객관적으로 우리 후보와 안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대여섯 배씩 차이가 나는 조사도 나오고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어떤 룰에 의한 단일화를 꿈꾼다는 거 자체가 너무 아전인수격(‘자기 논에 물 대기’라는 뜻으로 자기에게만 이롭게 되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함을 뜻한다)으로 상황을 보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사전투표까지 실제로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단일화는 우리가 지금까지 보여줬던 정책 행보나 젊은 세대의 노력 이런 것들이 정치 공학 때문에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윤 후보가 안 후보의 단일화 방식을 받아들일 경우 두 후보에 대한 여론조사에는 이틀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4·7재보선 당시 양당은 3월 22~23일 적합도·경쟁력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당일 오 후보의 승리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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