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움직임에 러시아가 곧 우크라이나를 침공할지 모른다는 공포까지 겹치면서 미국 뉴욕 증시가 급락하고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투자자들은 이번 주 시장이 더 큰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 시간) “(연준의 통화정책에) 이미 요동치던 시장에 우크라이나 위기가 더해져 투자자들은 더 큰 시장 변동성을 예상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임박설이 퍼진 11일 뉴욕 증시 등 시장에서는 글로벌 투자가들이 주식 등 위험 자산을 팔고 채권과 금 등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군사적 충돌에 따른 에너지 위기를 예상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국제 유가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94.49포인트(2.78%) 급락한 1만3791.15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30 산업 평균 지수 역시 전장보다 503.53포인트(1.43%) 내린 3만4738.06을 기록하며 맥을 못췄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85.44포인트(1.90%) 떨어진 4418.64에 마감했다.
전날 뉴욕 증시는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 소식에 급락했다. 그 뒤 이날 오전에는 보합세를 보이며 안정을 되찾나 싶었지만 장 마감 2시간 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나기 전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 있다”는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경고가 전해지면서 흐름이 급격히 무너졌다.
미국과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출국을 권고한 것도 시장의 불안에 무게를 실었다.
시장은 에너지 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주요 산유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강행하면 미국의 제재가 뒤따르고, 그럴 경우 글로벌 원유 공급이 더욱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국제 유가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3.6%(3.22달러) 오른 93.1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이후 최고치다.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이날 NYMEX에서 4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0.3%(4.70달러) 오른 1842.10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마감 이후 설리번 보좌관의 경고 발언이 나오자 시간 외 거래에서는 상승 폭이 1.5%로 올라갔다.
역시 안전자산인 10년물 미 국채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2%선을 돌파한 지 하루 만인 이날 가격이 올라 수익률이 1.92%대로 후퇴했다.
문제는 이번 주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화 회담이 소득 없이 끝나면서 긴장이 더욱 고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금융 서비스 회사인 재니몽고메리스콧의 마크 러스치니 투자전략가는 “침공 가능성에 대한 증거가 더욱 명확히 나오고 미국와 유럽 내 동맹이 어떻게 대응할지가 보다 분명해질 때까지 (증시에서) 매도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침공이 이뤄질 경우 시장이 한층 큰 타격을 받을 것은 뻔한 일이다. 금융 컨설팅 회사 파밀러앤드워싱턴의 마이클 파 회장은 “사태의 심각성이 시장의 반응에 곧바로 연동될 것”이라고 로이터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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