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 러시아 시절인 1905년 차르 군대가 민중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젊은 여인이 총탄에 맞아 쓰러지고 그녀가 끌던 유모차는 계단 아래로 구르기 시작한다. 전 세계 영화평론가들이 가장 위대한 영화 가운데 하나로 꼽는 ‘전함 포템킨’의 하이라이트다. 전함 포템킨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포템킨호의 수병들은 먹던 쇠고기에서 구더기가 발견되자 식사를 거부했다. 부함장이 명령 불복종으로 처형하려 하자 분노한 수병들이 장교들을 사살하고 포템킨호를 장악했다. 포템킨호는 제정 러시아 흑해 함대의 기함이다. 흑해 함대를 거론할 때 포템킨호를 떠올리는 이유다.
흑해 함대는 예카테리나 여제 시절인 1783년 그녀의 정부인 그레고리 포템킨 공이 창설했다. 태평양 함대, 발트 함대, 북해 함대와 함께 러시아 해군의 4대 함대 중 하나다. 러시아가 흑해 함대를 창설한 것은 오랜 기간 흑해의 주도권을 놓고 오스만제국과 경쟁을 벌이면서 해군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흑해 함대의 모항인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은 부동항이 없는 러시아가 흑해와 지중해로 나가는 유일한 출구다. 러시아는 이곳을 기반으로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과해 원양 작전을 펼친다. 1991년 소련에 속했던 우크라이나가 독립할 때 흑해 함대의 통제권을 놓고 양국이 다툼을 벌였다. 분쟁은 1997년 끝나 러시아가 흑해 함대의 함정 대부분을 보유하고 우크라이나는 5억 달러를 보상받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 뒤에도 양국의 갈등은 이어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을 염려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시도했고 러시아는 천연가스 공급을 무기로 우크라이나를 굴복시키려 했다.
흑해 함대 군함 30여 척이 크림반도 인근에서 훈련을 시작했다고 러시아의 한 통신이 보도했다. 러시아가 이미 우크라이나 북부 국경 지역에서 벨라루스와 함께 군사훈련을 하고 있어서 남쪽 크림반도 쪽에서도 훈련에 본격 돌입하면 우크라이나를 샌드위치처럼 압박하게 된다. 전쟁이 임박한 우크라이나 상황을 보면서 나라가 위급할수록 중요한 것은 강한 군사력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평화를 원할수록 전쟁에 대비해 국방력을 키워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