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에이핑크(Apink)가 10주년을 의미 있게 기록한다. 대표 청순 걸그룹에서 성숙한 이미지로 자연스러운 변화를 이룩했던 것처럼, 10주년을 넘어 새로운 이정표 앞에 선 현재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준다. 화려한 음악에 담긴 숨겨진 이들의 메시지에 집중해 보자.
14일 오후 6시 에이핑크(박초롱, 윤보미, 정은지, 손나은, 김남주, 오하영)의 스페셜 앨범 ‘혼(HORN)’이 발매됐다. 2011년에 데뷔해 지난해 10주년을 맞이한 이들이 지난 활동들을 돌아보며 기념하기 위해 발표한 앨범이다. 현재진행형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수 걸그룹으로서 의미 있는 발자취다.
앨범명 ‘혼’은 에이핑크의 현재 모습을 그린 것이다. ‘혼’은 한국어로 ‘뿔’이라는 뜻으로, 딜레마 속 두 가지 선택지를 ‘뿔’로 은유하는 데서 착안했다. 무수히 수많은 선택의 무게가 두 가지의 갈래로 집중되어 집어 들기 힘든 상황들이 있겠지만 함께 두 가지의 뿔 사이로 빠져나가자는 의미가 담겼다. 한마음 한뜻으로 모든 일들을 헤쳐나가겠다는 이들의 단단한 팀워크가 엿보인다.
타이틀곡 ‘딜레마(Dilemma)’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앞에서 딜레마에 빠진 여자의 심정이 담긴 내용이다. 끝나버린 상대방의 마음을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과 그만둬야 하는 마음의 갈등을 그렸다. 다크한 분위기와 중독적인 훅이 특징으로, 훅을 담당한 김남주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1도 없어’, ‘%%(응응)’, ‘덤더럼(Dumhdurum)’ 등으로 에이핑크의 콘셉트 변신을 성공으로 이끈 프로듀서 팀 블랙아이드필승과 전군의 곡이라는 점에서 히트를 점칠 만하다.
◆ 포인트 톺아보기
12년차 장수 걸그룹의 현재진행형 역사
에이핑크는 가요계 현존하는 걸그룹 중 손 꼽히는 장수 그룹이다. ‘마의 7년’이라는 징크스도 기분 좋게 건너뛰고 12년째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름만 유지한 채 개인 활동 범위를 넓혀가는 그룹들은 많지만, 에이핑크처럼 1년에 앨범 1~2개씩 꾸준히 발표하며 현역으로 활동하는 그룹은 거의 없다. 전례 없는 길을 꿋꿋이 걸어가고 있는 이들이 10년간의 활동을 조명한 앨범이기에 더 특별하다.
모든 멤버 작사 참여, 10주년 기념 앨범 의미 되짚어
그간 에이핑크 앨범의 작사에는 박초롱이 두각을 보였는데, 이번에는 앨범의 의미에 맞춰 모든 멤버들이 메시지를 남기듯 가사를 썼다. 지난해 4월 19일, 데뷔 기념일에 발표된 윤보미 작사 팬송 ‘고마워(Thank you)’를 포함해 함께 한 시간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손나은 작사곡 ‘홀리 몰리(HOLY MOLY)’, 11년간 함께 한 팬들에게 우리가 언제나 별로 떠있겠다는 마음을 담은 정은지의 자작곡 ‘작은 별(Dream)’ 등 팬들을 향한 곡들이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앨범 중 한 곡 정도만 팬송으로 남겨두지만, 10주년 기념 앨범인 만큼 팬들을 생각하며 공을 들인 것이 눈에 띈다.
◆ 뮤직비디오 톺아보기
‘딜레마’ 뮤직비디오는 딜레마에 빠진 에이핑크의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자신들이 마주하고 있는 많은 딜레마의 상황 속에서 단순한 이분법적인 논리가 아닌,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이들의 고뇌가 담긴 연기와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퍼포먼스, 화려한 비주얼이 이목을 집중시킨다.
뮤직비디오는 그림 앞에 앉아있는 에이핑크을 시작으로 조각난 그림 퍼즐을 맞추고 있는 멤버들로 이어진다. 혼자 남은 박초롱 옆에 손나은이 다가오고, 박초롱 바라보고 눈물짓는 정은지와 속삭이는 윤보미의 모습이 비춰진다. 멤버들은 각자 홀로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표정이거나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곧이어 오하영 있는 방으로 들어온 손나은이 차가운 표정으로 마주하고, 오하영은 그들을 바라보고 있던 다른 멤버들을 발견한다. 멤버들은 번갈아가며 서로 마주하고 무언가를 고민한다. 끝으로 손나은은 본인과 마주한 뒤 문을 열고 나간다. 홀로 남은 손나은의 모습에 이어 첫 장면과 같이 에이핑크는 함께 앉아있다.
이는 ‘따로 또 같이’ 활동을 하게 된 에이핑크의 고민과 겹쳐 보인다. 멤버 5인은 지난해 4월 기존 소속사와 재계약했지만, 손나은은 홀로 다른 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에이핑크 앨범 활동에도 긍정적으로 참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후 에이핑크는 완전체로 지난해 연말 단체 팬미팅에도 함께하고 앨범 작업도 진행했지만, 손나은이 끝내 스케줄 조율이 안 돼 5인으로 활동하게 됐다. 이를 두고 속상함을 토로하는 팬들도 있고 항간에 많은 이야기들이 떠돌았지만, 에이핑크는 앞으로도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이런 상황들을 풀어나갈 것으로 해석된다.
◆ 가사 톺아보기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 앞에서 혼란스러운 마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이전과 같지 않다는 걸 알지만, 이별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딜레마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딜레마’라고 반복하는 훅 가사가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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