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문 숲 속의 오두막에서 사는 남자 롭(니콜라스 케이지)의 일상은 단조롭다. 새 소리와 아침 햇살에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잠을 청한다. 계곡에서 몸을 씻고, 직접 불을 피워 요리하는 그에게 텔레비전, 휴대폰은 언감생심이다.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조차 건전지가 없어 사용하지 못한다. 외로워 보이는 삶이지만 외롭지 않다. 작은 돼지 한 마리가 그의 곁에서 체온을 나누기 때문이다. 롭은 돼지와 함께 트러플(송로버섯)을 찾아 나무 사이를 누비며 하루를 보낸다. 채집한 트러플은 아주 가끔 그를 찾아오는 푸드 바이어에게 넘긴다. 값비싼 식자재이지만 통조림이나 건전지 몇 개와 선뜻 교환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괴한들이 그에게서 돼지를 강탈해 간다. 상실감에 과거의 아픔이 다시 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은 롭은 소중한 돼지를 되찾기 위해 15년 전 떠나온 도시 포틀랜드로 향하고, 롭의 등장에 그를 알았던 많은 이들이 적잖이 당황한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피그(PIG)’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참회록 같은 영화’라는 평가와 함께 평단의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40년 간 100편 넘는 작품에 출연한 케이지는 최근 몇 년 동안 흥행 실패로 슬럼프에 빠져 제대로 된 작품 활동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케이지는 젊은 감독 마이클 사노스키를 만나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찾았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1995)’에서 보여줬던 배우로서의 천재성은 이번 영화에서 다시금 빛을 발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지난해 SNS에서 ‘피그’를 올해의 영화로 추천했고, 미국 안팎의 영화제에서 연기상 수상과 노미네이트가 이어졌다. 이 영화로 케이지는 지난 달 말까지 13개의 연기상을 받았다. 예상과 달리 오스카 남우주연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배우로서의 부활을 만천하에 알린 것 만으로도 케이지에게 ‘피그’는 의미가 큰 작품이다.
배우가 혼신을 다해 완성한 영화는 관객에게 선물과도 같다. 영화는 어디에서 어떤 존재로 살아가던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알려준다. 러닝 타임 92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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