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서방의 대러 제재로 ‘세계 3위 산유국’ 러시아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루 40만 배럴 증산하겠다고 한 OPEC+가 내전과 날씨 등을 이유로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 전쟁 공포까지 겹치자 유가가 12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왔다.
14일(현지 시간) 3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보다 2.5% 오른 95.46달러에, 브렌트유는 2.2% 뛴 96.48달러에 거래됐다. 2014년 9월 이후 최고치다. 타레크 엘몰라 이집트 석유장관은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르는 상황이) 분명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고, 나타사 필리데스 키프로스 에너지부 장관은 “(유가 100달러 시대가) 상당히 가시적”이라고 말했다. WTI가 마지막으로 100달러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4년 7월이 마지막이다. JP모건은 “유가가 이르면 올 2분기 배럴당 12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 전쟁이다. 미국과 유럽 등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경우를 대비해 강력한 대러 제재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 경우 하루 112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러시아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하루 1120만 배럴은 전 세계 원유 수요의 약 10%에 해당한다. 대러 제재에 반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유와 천연가스를 무기화해 유럽으로의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도 유가를 자극하는 요인이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유가가 계속 고공행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며 늘어난 원유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다음 달까지 생산량을 하루 40만 배럴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리비아는 내전, 에콰도르와 카자흐스탄은 각각 자연재해와 정치적 혼란으로 약속한 만큼 증산하지 못했다. 미 에너지 컨설팅기업 리포우 오일 어소시에이션의 앤디 리포우 회장은 “OPEC+의 생산량은 목표치보다 하루 100만 배럴 이상 부족하다”고 지적했고,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히트 비롤 사무총장은 OPEC+에 “말과 행동의 격차를 좁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가 상승은 세계 각국의 기후 대책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원유 및 가스 생산을 늘리는 것은 재생에너지 투자보다 유가 안정에 즉각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일부 정치인들과 유권자들은 원유 생산을 늘리려고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에너지 담당 관료로 일한 데이비드 골드윈 역시 “(치솟는 유가가) 에너지 전환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관리하려는 (세계) 정부들에게 거대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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