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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청바지의 나비효과

김영문 한국동서발전 사장





급격한 변화의 시대 속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과 기술 발달로 산업 간 경계, 집과 일터의 경계,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변곡의 기로에 선 기업들은 새로운 가능성과 기회를 잡기 위해 조직 혁신에 공을 들이고 있다.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을 장착하지 못 하면 시대에 뒤처져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변화 자체에만 치중하다 보면 혁신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조직의 제대로 된 발전을 위한 혁신의 방법과 방향을 잘 설정하는 게 리더의 몫이다.

‘악마의 대변인’이라는 의사결정 기법이 있다. 회의를 할 때 다수 의견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두는 것이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3차 세계대전 우려를 낳았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때 법무부 장관에게 다수 의견을 반박하는 역할을 맡겼고, 소련의 핵미사일 기지 철수를 이끌어냈다. 악마의 대변인은 조직의 경직을 깨뜨리려는 시도다. 하지만 이조차도 관행으로 굳어지면 ‘반대를 위한 반대’로 전락하고 만다.



구성원 개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이끌어내려면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호칭을 파괴하고 직급 간소화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도 수직적 조직을 수평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서다. 그러나 선배로부터 후배에게 수십 년간 전수됐던 전통과도 같은 경직된 문화가 한순간에 바뀌기는 어렵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일궈내기 위해서는 리더의 실천 의지가 중요하다. 리더의 말과 행동에 일관성과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면 기업의 다양한 시도는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국동서발전 직원들은 지정된 좌석이 없다. 출근하면 자기가 원하는 자리를 선택해 앉을 수 있다. 가정에서도 회사의 업무망과 연계해 업무를 볼 수 있는 스마트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연근무·재택근무 등을 자유롭게 활용해 개인 업무 스타일과 상황에 맞춰 자기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필자는 외부 일정이 없으면 금요일에는 청바지를 입고 출근한다. 이런 작은 변화가 경직된 조직 문화를 바꾸고 조직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조직 문화의 나비 효과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혁신의 궁극적 목적은 일을 잘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의도적인 반대 주장, 유연한 조직 문화, 틀 깨기 등도 모두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라는 기본을 일깨우는 과정과 결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리더는 구성원과 활발하게 소통하며 항상 ‘왜’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리더는 조직 구성원들이 변화하지 않는다고 탓할 것이 아니라 리더 스스로 역할을 바로 하고 있는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일관되고 지속적이며 디테일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의 어깨가 무거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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