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엄마, 그놈 감옥서 나온대"…성폭행 피해 여고생 극단선택

사과·반성 없이 혐의 부인한 가해자 9년→7년 감형

유족 "형량 너무 낮아…강간치사죄로 엄벌 필요" 재상고 요구

성폭력 피해자인 여고생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데 이어 가해자의 형량이 감형된 것을 두고 피해자 어머니가 15일 성폭력 처벌에 대한 법 강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미지투데이




"엄마, 가해자는 곧 감옥에서 형을 살고 나온대. 나는 절대 그걸 눈 뜨고 볼 수 없어"

지난해 4월 4일 성폭행 피해자 A(18)양은 "더는 고통받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말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양의 어머니는 15일 연합뉴스에 "자식을 가슴에 묻은 우리 가족의 꿈과 행복은 산산조각이 나서 회복될 수 없는데 가해자는 단 한 번도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을 하지 않았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A양의 삶을 망가뜨린 가해자는 강간치상죄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 중 A양이 정신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가해자의 형량은 징역 9년으로 늘었지만, 사건이 대법원에서 고등법원으로 되돌아온 뒤 7년으로 줄었다. 이에 A양의 어머니는 법정에서 "내 딸을 죽인 살인자다"라고 외치며 오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6월 28일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A(16)양은 교제 중이던 같은 학교 3학년생 B(18)군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B군은 A양과 단둘이 술을 마신 뒤 술에 취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A양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전교생이 20명 안팎인 작은 학교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는 분리조차 되지 못한 채 수개월이 흘렀고, A양은 그사이 B군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등 2차 피해까지 겪어야 했다.

결국 A양의 고소로 법정에 선 B군은 "피해자가 항거불능 상태에 있지 않았고, 당시 성관계에 동의했다. 처녀막 열상 등 상해는 강간치상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을 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여자친구였던 피해자를 간음하고도 그 상황을 극복하려는 피해자에게 거짓말 등으로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주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가족들도 피해자에게 '피고인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취지로 연락하는 등 2차 피해를 가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판결에 불복한 B군은 줄곧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사건 이후 A양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우울증, 불면증을 겪는 등 긴 시간 고통을 겪다가 2심 선고를 앞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에 재판부는 A양의 사망은 성폭행으로 인해 비롯됐다고 보고 B군의 형량을 9년으로 높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변론 종결 후 판결 선고 전 피해자가 사망한 사정을 양형에 반영하면서 피고인에게 방어 기회를 주지 않고 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 춘천재판부로 돌려보냈다. 유족은 강간치상죄가 아닌 강간치사죄로의 공소장 변경을 원했고, 재판부도 검찰에 공소장 변경 의향을 물었으나 검찰은 끝내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2부(견종철 부장판사)는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이 사건 범행과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고심 끝에 양형기준(5~8년) 안에서 판단했다"며 징역 7년으로 감형했다. 이에 유족은 물론 오랜 시간 A양 측을 도우며 사건을 지켜본 여성단체는 재상고를 통해 합당한 죗값을 묻고,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양 어머니는 "징역 7년이라는 낮은 형량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강간치사죄로 엄벌해야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성폭행 피해자가 죽음의 문을 열 수밖에 없는 비참한 현실과 말도 안 되는 판결이 하루에도 수많은 성폭행 피해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더는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도록 법 강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 전화하면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