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세계 최고 수준의 부자로 알려진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7조원 가까운 거액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스크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의 '통 큰 기부' 제안을 둘러싸고 트위터에서 설전을 벌인 뒤 실제로 기부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번 기부가 WFP와 관련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15일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작년 11월 19~29일 테슬라의 주식 504만4,000주를 한 자선단체에 기부했다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통해 공시했다. 기부 시기 테슬라의 종가를 바탕으로 추산한 기부총액은 57억4,000만달러(약 6조8,719억원)에 달한다.
공시 서류엔 머스크가 기부한 자선단체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IPS)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머스크가 기부자조언기금(DAF)과 같은 매개 기구에 기부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DAF는 기부금으로 펀드를 운용해 그 수익을 기부자가 원하는 데에 기부하는 방식이다.
머스크의 이번 기부는 공교롭게 유엔 산하 구호기구인 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이 세계 기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60억달러(약 7조1,832억원)가 필요하다며 트위터를 통해 머스크 등 억만장자들에게 공개 기부 요청을 한 후 진행됐다. 앞서 지난해 10월 비즐리 사무총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를 꼭 집어 기부에 관해 언급하며 “60억달러로 4,200만명을 도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머스크는 이후 "만약 WFP가 정확히 어떻게 60억달러가 세계의 기아를 해결할지를 설명할 수 있다면 내가 지금 당장 테슬라 주식을 팔아 그것(기아 해결)을 할 것"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이에 비즐리 사무총장은 같은 해 11월 18일 66억달러 규모의 지출 계획을 트위터에 공개했다.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의 기부를 시작한 시점은 바로 그 다음날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머스크의 이번 기부로 그의 세금 부담이 경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체는 머스크의 주식매수청구권(스톡옵션) 행사에 따른 과세 규모가 100억달러(약 12조원)가 넘을 것으로 작년 12월 추정한 바 있다. 머스크 자신도 110억달러 정도를 세금으로 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로이터통신은 머스크가 현재까지 기부한 금액은 그의 순자산의 1%도 안 돼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와 같은 억만장자의 기부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전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그동안 버핏과 소로스가 기부한 금액은 이들 순자산의 20%를 각각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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