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피의 세계'가 따스한 힐링을 전한다.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들과 함께 북촌 한옥마을 곳곳 아름다운 가을 풍경들이 따뜻함을 더해준다. "사소한 것들도 사진으로 정리하고 글로 써 놓으면 특별해진다"는 영화 속 소피의 대사처럼 블로그 속 2년 전 이들의 이야기는 평범하지만 동시에 특별하다.
16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소피의 세계'(감독 이제한)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소피의 세계'는 여행자 소피(아나 루지에로)의 블로그를 우연히 발견한 수영(김새벽)이 2년 전의 기록과 기억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그린다. 일상처럼 여행을 보낸 소피, 여행처럼 일상을 보낸 수영과 종구(곽민규)가 2년 전 그들이 함께한 나흘의 기록을 담은 영화다. 이날 간담회에는 배우 김새벽, 곽민규, 아나 루지에로, 문혜인을 비롯해 이제한 감독이 자리에 함께했다.
영화는 인왕산이 보이는 한 집에서 시작된다. 그 집과 인왕산이 영화의 중심이다. 실제로 자신이 세 들어 사는 집이라고 밝힌 이 감독. 그 집의 이미지를 작품에 담은 이유에 대해 그는 "시간이 지나 인왕산에 올라 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창을 기점으로 집 안의 나와 산에 올라있는 나를 바라보게 됐다"면서 "창밖에 보이는 인왕산의 풍경이 어느 날 슬프게 느껴졌다"라고 말했다.
'소피의 세계'라는 영화의 제목은 소설처럼 느껴진다. 이 감독은 제목에 담긴 뜻에 대해서 "한 외국인이 한국에 찾아와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떠올렸고, 그 사람을 상상하는 과정에서 이름이 소피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렸을 때 집에 꽂혀있던 '소피의 세계'라는 책의 제목이 떠올라, 시나리오의 흐름과 연관된다고 느껴 바로 제목을 정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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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바로 영어다. 한국 영화지만 영어로 이루어진 대사들이 거의 주를 이루고 있다. 소피의 친구 조 역할을 맡은 문혜인은 "미팅을 한번 하고서 촬영에 들어갔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 떨듯 즐겁게 얘기를 나눴다, 그 분위기가 영화 속에 잘 담긴 것 같다"라며 오히려 어려움 없이 자연스럽게 영어 대사를 구사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함께 호흡을 맞췄던 소피, 아나 루지에로 배우 역시 "둘의 합이 정말 잘 맞아 카메라 앞인 걸 느끼지 못할 정도였다"라면서 두 배우 모두 서로의 케미를 자랑했다.
배우 김새벽과 곽민규는 극중 부부 사이인 수영과 종구로 등장한다. 두 배우가 집 문제로 인해 ‘롱테이크’로 다투는 장면은 꽤나 인상깊다. 해당 장면에 있어 김새벽은 "시나리오가 세세하고 길어 촬영 전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대사와 행동이 나왔다"라며 남다른 케미를 드러냈다. 곽민규 배우 역시 "촬영에 들어가고 나서 자연스럽게 둘의 케미가 잘 드러났던 것 같다"라고 회상했다.
소피 역할의 아나 루지에로를 캐스팅 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는 이제한 감독. 그는 "한국에 있는 외국인 배우가 적어 어느날은 인스타그램 속 외국인 배우, 모델들을 다 찾아보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다보니 "아나 루지에로의 인스타그램 속 사진의 표정들이 다 달랐던 점과 친구와 한국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눈에 띄었다, 당시에는 배우인지도 모르는 상태였는데도 꼭 캐스팅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부연했다.
배우들 모두가 촬영장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김새벽은 "영화 속에서의 거친 감정 표현에 반해 촬영 현장은 행복했다"라고 말했고 곽민규는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아 연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아나 루지에로는 “첫 주연작을 감독님과 함께 하게 돼 감사하다”고 말을 남겼고 문혜인은 "항상 선물을 받는 느낌이었다"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 감독은 개봉에 앞서 많은 이들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보통 예전을 돌아볼 때에 여러 가지 생각을 느끼는데, 그런 감정이 우리의 영화와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오는 3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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