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지난 2년과는 완전히 다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지난 1월 고점 이후 9.8% 하락했다. 이 정도 조정은 코로나19 이전에도 가끔 나타났다. 하지만 체감이 다르다.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11월 19일 고점 이후 16.8% 하락했다. 영원히 성장할 것 같았던 ‘FAANG(메타(옛 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기업 주식들이 최근 고점 대비 26% 이상 떨어졌다. 국내 증시도 처참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7월 고점 이후 20% 하락했다. 코로나19 이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주가 하락 국면이다.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명확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올해 4~5번 금리 인상에서 이제 3월 50bp(0.05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와 관련한 지정학적 위험도 있다. 원유 의존도를 감안할 때 가장 취약한 지역은 한국 등 아시아다. 러시아의 알루미늄·팔라듐 생산 의존도를 감안하면 전기차·반도체 산업도 안전하지 못하다. 한국 증시의 고난은 끝나지 않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식시장의 하락 위험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가 7년 만에 최고지만 그사이 미국과 국내 가계 중위 소득은 2014년 당시보다 각각 25% 15.2% 늘었다. 유가 급등에 다른 구매력 약화가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미 연준의 달라진 태도가 문제다. 지난 30년 동안 시장 참여자들이 경험했던 미국 금리 인상 사이클은 악재가 아니었다. 금리 인상 목표가 수요를 위축시키는 ‘물가 하락’이 아니라 ‘정책 정상화’였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4~5번의 금리 인상까지는 정책 정상화로 우겨볼 수 있다. 그 이후부터는 인플레이션 통제가 목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은 수요 위축과 경기 침체, 부실기업들을 야기시킬 수밖에 없다.
이번 미국 금리 인상 출발 시점의 경기 상황이 차이가 난다. 다른 국면들에 비해 지금 물가는 높고 실업률은 낮다. 고용 시장이 더 좋아질 여력이 낮다. 밸류에이션이 높은 주식시장의 디레이팅 여지는 높다. 정부보조금에 힘입어 문제가 없었던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이전보다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즉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은 수요 위축을, 부양책 축소는 취약 기업들의 자금난을, 비용 상승 압력은 이익률 하락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당장 이러한 위험을 심각하게 반영할 정도는 아니다. 그렇다면 주가 회복 패턴은 이중 바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통 S&P500이 8~9% 이상 가파른 조정을 보인 다음 2주에 걸쳐 5~6% 반등했다. 이후 추가로 하락해 총 12~13% 조정을 보이고는 했다. 직전 저점을 2~3% 밑도는 불안한 국면에서 진짜 바닥이 나타났다. 미국뿐 아니라 국내 증시의 최근 부진은 진짜 바닥을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판단된다.
국내외 주식시장이 비싸지 않아도 이런 국면에서는 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러시아 문제도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미국 알코아나 프리포트맥모란 등 해외 광산업체들은 전쟁 리스크를 낮출 수 있다. 추가 연준 긴축이 불안하다면 은행, 필수 소비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성장주 내에서는 이미 주가 하락 폭이 컸던 업체들 가운데 그래도 현금 창출 능력이 검증된 게임·인터넷 업체가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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