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대선 최대 격전지인 수도권 유세에 나서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강한 발톱을 드러냈다.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이 강한 수도권은 유권자만(20대 총선 기준) 2203만 명으로 전체(4399만 명)의 절반을 넘는다.
이날 오전 10시 첫 유세지인 안성 중앙시장 앞 서인사거리에 마련된 5톤 유세차에 오른 윤 후보는 마이크를 잡고 시민 수백 명에게 “정치 보복을 누가 제일 잘했습니까”라고 외쳤다. 현장에서 “문재인(대통령)”이라고 답이 오자 “옛날에도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이 뒤집어씌우는 건 세계 최고였다”고 강조했다.
집권 세력인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독재자와 권위주의·전체주의를 상징하는 집단으로 몰아세우고는 “자신의 죄를 남에게 뒤집어씌우고 짓지 않은 죄를 만들어 선동하는 것은 파시스트와 비슷한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비난했다. 윤 후보는 그러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이쪽이든 저쪽이든 진영에 관계없이 국민을 약탈한 행위는 벌을 받아야 한다”며 “그걸 정치 보복이라고 국민을 속이느냐”고 반문했다.
윤 후보의 발언은 성남시 유세에서 한층 거칠어졌다. 그는 ‘부패 없는 성남! 공정한 대한민국’을 내걸고 유세에 나섰다. 성남시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대장동 특혜 개발 사건의 진원지다. 윤 후보는 분당구 야탑역 1번 출구 앞 유세차에 올라 “(이 후보가) 도시 개발 한다고 해놓고 3억 5000만 원 넣은 사람이 8500억 원을 받아가게 한 것은 대한민국을 떠나 지구상에서 본 적이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이 후보는) 5000억 원을 환수했다고 하는데 도시 개발 기반 시설 만든 것을 환수했다고 얘기하느냐”며 “이런 사람이 인구 100만 성남시를 이렇게 운영했는데 5000만 대한민국을 운영하면 나라 꼬라지가 어떻게 되겠나”라고 힐난했다.
윤 후보는 성남에서도 정부와 여당을 ‘부패 세력’으로 규정했다. 그는 “제가 26년간 보수·진보, 니 편, 내 편 할 것 없이 부정부패만 감시해온 사람”이라며 “(정부 여당이) 겉으로는 민주화, 민주화라고 하지만 다 위선이고 국민 기만이다. 제가 누구 못지않게 이 실체를 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이익을 위해 불법적인 기득권의 이 행태를 타파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후보는 경기 안성과 용인·성남, 서울 할 것 없이 유세에 나설 때마다 부동산 정책으로 현 정부를 난타했다. 수도권은 현 정부 들어 뛴 미친 집값으로 전세 난민과 소위 ‘벼락 거지’의 피해가 가장 집중된 지역이다. 윤 후보는 용인 유세에서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을 보라. 도대체 28번을 한 것이 말이 되는 소리인가”라며 “집값을 올려서 운이 좋아 집을 갖게 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가르고 집이 없는 사람은 민주당을 찍게 하려고 만들어놓은 것이지, 상식에 맞춰서 하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건국 이후 70~80년 동안 당대에 집값이 이렇게 뛰는 것을 봤나”라며 “이게 고의와 악의가 선거 전략에 들어가지 않았으면 이런 식의 방책이 나올 수 있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서울 송파구를 찾아서는 “20억짜리 아파트를 산다고 해서 갑부가 아니다”라며 “여기 집 한 칸 갖고 사는 사람들, 집값 올라간다고 부자가 된 것인가. 세금으로 다 뺏기지 않나”라고 말했다.
벤처기업이 몰려 있는 판교가 위치한 성남시 유세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성장 정책인 ‘한국형 뉴딜’을 맹폭했다. 윤 후보는 “미국의 1930년대 루스벨트 대통령처럼 산업에 정부가 재정투자해서 경기 부흥한다는데 그 이권, 자기들과 한편인 사람에게 돈 벌게 이권 나눠주는 게 이 사람들의 경기 부흥”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후보를 겨냥해 “민주당 후보의 경제 비전이라고 하는 걸 보니까 세금을 왕창 뜯어내서 수백조 원 붓고, 무슨 뉴딜이니 해서 정부가 직접 산업에 투자해서 경기 부흥시킨다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윤 후보는 이날 경선에서 각을 세웠던 유승민 전 의원과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에서 회동했다. 유 전 의원은 “정권 교체를 위해 아무 조건 없이, 직책 없이 돕겠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다”고 화답했다. 이로써 윤 후보는 당내 ‘원팀’을 완성했다. 윤 후보가 결집한 보수 진영을 발판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를 향해 야권 단일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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