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질과 편파 판정 등 각종 논란으로 구설이 잦았던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이 경기 마지막 날까지 미숙한 운영을 보여줬다. 지난 16일 중국 베이징캐피털실내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쇼트트랙 1,500m 준준결승 1조 경기에서 시스템 오류로 전광판이 멈추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경기를 치르던 최민정(성남시청)은 최하위로 시작해 11바퀴를 남기고서 아웃코스로 질주해 2~3위 자리를 지켜나갔다. 이후 다시 한번 아웃코스로 빠져나와 단숨에 선두를 차지한 최민정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1위로 통과했음에도 최민정은 굳은 표정으로 양손을 들어 올리며 무언가 항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민정이 이같은 행동을 한 이유는 시스템 오류로 경기장 내 전광판이 멈췄고 남은 바퀴 수가 실제 남은 바퀴 수와 일치하지 않았으며 게시 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중계 화면에서도 남은 바퀴 수를 표시하는 자막이 게시되지 않았다.
2조 경기가 시작하고는 분위기가 더욱 이상했다. 대회 공식 기록 페이지에 최민정이 속한 1조 선수들의 기록이 뜨지 않은 탓이다. 가장 빨리 들어온 최민정의 기록은 2분20초846으로 집계됐지만 랩 타임과 바퀴별 순위 등 다른 조와 다르게 자세한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 이에 재경기를 비롯해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되며 보는 이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보통 경기 중 남은 바퀴 수를 확인하며 전략적으로 경기를 진행하는데, 이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은 ‘전광판 먹통’으로 경기를 망칠 뻔 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동네 체육대회 수준이다”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경기 중에는 해당 사고에 대한 언급이나 안내가 없었기 때문에 경기를 마친 최민정을 통해서야 당시 상황을 들을 수 있었다. 최민정은 “경기 시작하고 계속 돌고 있는데 바퀴수가 계속 11바퀴에 멈춰 있었다”면서 “기록판을 봤는데 기록도 안 떠서 코치님한데 바퀴수를 불러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문제의 경기 이후 진행된 준결승전에서 최민정은 2분16초85의 기록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1위로 통과했다. 이후 결승에서 최민정은 3바퀴가 남은 시점에 네덜란드 쉬잔느 스휠팅과 이탈리아 아리안나 폰타나의 거센 추격에도 선두 자리를 지키며 금메달을 따냈다. 이로써 최민정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이어 여자 쇼트트랙 1,500m 금메달 2연패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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