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우크라이나발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 상승과 급락을 오가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였다. 커진 변동성 장세에 개별 종목들도 온탕과 냉탕을 오갔지만 대표적 리오프닝 수혜주로 꼽히는 화장품주만은 견고한 모습을 보여 주목받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 환경이 조성된 상황에서 향후 화장품 업계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4.41포인트(0.53%) 오른 2744.09에 장을 마감했다. 지수는 장 초반부터 안도랠리를 이어가며 오후 12시 35분께 1.50%까지 급등했지만 오후 들어 우크라이나군이 동부 루간스크에 포 공격을 했다는 소식에 0.65% 하락 반전한 뒤 낙폭을 줄이는 등 혼란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급변동성 장세에서 개별 종목들이 천당과 지옥을 오간 가운데 화장품주만은 흔들리지 않고 강한 기세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충격에 날개 없이 추락하던 화장품 대장주 LG생활건강(051900)은 이날 지난해 12월 2일 5.83% 급등한 후 오랜만에 5.44% 오르며 기지개를 켰고 약 6주 만에 황제주 지위를 되찼았다. 아모레퍼시픽(090430)도 3.59% 상승하며 기세를 올렸다. 25조 8148억 원이었던 양사의 시총은 이날 하루에만 1조 2080억 원 늘어 27조 228억 원으로 불어났다. 이외에도 잇츠한불(226320)(17.37%), 클리오(237880)(11.06%), 한국콜마(161890)(5.20%), 코스맥스(192820)(7.38%) 등 화장품주가 대부분 불을 뿜었다. 이 영향으로 화장품 관련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TIGER 화장품은 5.24%로 크게 올랐다. 이는 지난 2020년 3월 24일 6.44% 급등한 후 2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화장품주의 강세는 일상 회복이 임박함에 따라 마스크를 벗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 미국 NBC뉴스는 16일(현지 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보건 당국이 이르면 다음 주에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마스크 지침을 완화한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0만 명에 육박하면서 다음 달 중순 정점을 찍고 완화돼 일상으로의 복귀가 빨라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18일 다음 주부터 적용하는 새 거리 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사들도 올해 화장품 업체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4660억 원으로 지난해 3430억 원에 비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교보증권도 LG생활건강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1조 3940억 원으로 제시하며 지난해 1조 29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단계적 일상 회복 환경이 가까워짐에 따라 포스트코로나에도 성장이 지속될 수 있는 기업을 구분해내고 있는 듯하다"며 “코로나 수혜주와 피해주 모두에서 이 같은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이라고 진단했다.
그간 화장품주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던 증권사의 태도 변화도 포착됐다. NH투자증권이 이날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목표 주가를 기존 20만 원에서 22만 원으로 올렸고 메리츠증권도 클리오의 목표 주가를 기존 23만 원에서 26만 원으로 상향하는 등 화장품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장품주 중에서 비대면 사회 소비트렌드에 맞춰 온라인으로 발빠르게 전환한 아모레퍼시픽을 가장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와 코로나19라는 두 번의 큰 위기를 겪으며 화장품 업계는 구조 조정이 가속화됐으며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해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됐다”며 “아모레퍼시픽의 온라인 비중은 2019년 10% 수준에서 올해 40%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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