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지난 15일 발표한 우크라이나 접경지에서의 병력 철수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철군 선언은 거짓말이며, 오히려 군 7000명을 추가로 배치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러시아가 반박에 나선 모습이다.
17일(현지 시간)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리 국방부는 병력 복귀와 관련해 명확한 일정을 가지고 있다”며 “하루 만에 (병력을) 철수시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지난 15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접경지에 배치한 병력 일부를 원부대로 복귀시킨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 진영과 러시아 간 긴장이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16일 미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가 오히려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최대 7000명의 병력을 추가 배치했다”고 말했고,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현장에서 어떤 긴장 완화의 신호도 보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러시아가 브리핑을 통해 서방의 주장을 즉각 반박한 것으로 보인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 반군 사이에 발생한 포격 시비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타스통신과 스푸트니크통신 등 러시아 매체는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동부 돈바스 지역 내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통제하는 지역을 포격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포격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반군의 폭격으로 루간스크의 유치원이 파손된 사실을 상기하면서 "이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말하고 "휴전 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기록하는 효율적인 메커니즘을 갖춰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서방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명분을 만들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반군을 공격한다고 주장하는 ‘자작극’을 벌일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미국 정보당국이 최근 러시아가 침공 구실을 만들기 위해 ‘가짜 국기’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날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 역시 트위터에 “(러시아의 보도는) 침략을 위한 구실을 만드는 도발로, 러시아의 각본”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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