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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상장사 40% 좀비기업…옥석 가리기 서둘러야


상장사 10곳 중 4곳이 번 돈으로 빌린 돈의 이자도 갚기 어려운 ‘좀비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업연구원이 17일 내놓은 ‘산업과 기업의 부실 징후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을 총이자비용으로 나눈 비율)이 100% 미만인 부실 징후 상장사 비율은 2009년 30.4%에서 2020년 39.4%로 확대됐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데다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인 상장사 비율도 2010년 10.3%에서 2020년 25.5%로 크게 늘었다.

우리는 외환위기 당시 대대적 기업 구조조정으로 경제 체질을 개선했을 뿐 그 뒤로는 구조조정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그 결과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에 의지해 연명하는 부실기업들이 양산됐다. 이들은 이익을 내고 일자리를 늘리는 기업들에 돌아가야 할 자원을 빨아들여 우리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 저금리와 코로나19 장기화는 부실기업이 기생하는 경제구조를 더욱 부채질했다. 당국의 지침에 따라 금융권이 코로나19와 관련해 만기를 연장해준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의 만기가 다음 달에 다시 돌아온다. 대출 만기를 연장하거나 이자 상환을 유예해준 금융 지원 규모는 272조 원이 넘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만기 연장 조치가 종료된다면 대부분 업종에서 다수의 한계 기업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며 금융위원회에 만기 연장을 건의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만기 재연장을 외치고 있다.

금융 당국은 대출 만기 도래 시점을 그동안 하지 못한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코로나19 위기가 여전한 상황에서 만기 재연장을 일괄 종료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무조건 만기 재연장으로 커지는 부실을 방치해서도 안 된다. 정밀한 옥석 가리기와 과감한 구조 조정을 통해 기업 연쇄 파산을 막는 동시에 부실의 싹도 잘라내야 한다. 정권 교체기를 맞아 지역 민심 운운하며 특정 기업을 살리라는 압력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당국과 금융권은 정치권의 입김에 휘둘리지 말고 옥석 가리기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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