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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 빗나간 新중화주의…애국에 취해 공정 외면한 '21세기 홍위병'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베이징올림픽서 드러난 중국일방주의]

세계 환영받는 중국 보여준다더니

개막식서 '한복 원조 논란' 부르고

美 보란듯 위구르족 선수 성화 점화

국제사회 비난 목소리만 더 부추겨

역사왜곡으로 공산당에 충성심 배양

통치안정 위해 '소수민족 문화' 활용

대내적으론 효용성 증대 시키겠지만

각국과 신뢰 구축엔 최악 선택 될수도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






중국, 무엇이 문제인가.

지속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끝없이 전개되는 미중 갈등 속에서 중국이 국가 이미지 쇄신과 국민들의 자신감 제고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중국 굴기’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오히려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크게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 위구르자치구의 인권을 문제 삼은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을 비웃듯 개막식 성화를 위구르족 출신 스키 선수에게 점화시키고 조선족 문화라며 한복을 등장시켜 개막식부터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특히 통제형 제로 코로나 정책과 미숙하고 자의적인 운영으로 국제사회를 실망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간소하고 빛나는 올림픽대회를 통해 ‘세계적 환영을 받는 중국’을 보여주겠다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약속이 무색하게 일방통행식 중국중심주의가 애국주의의 편협성만을 부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국제사회를 의식하지 않는 중국

중국은 이번 올림픽 개막식에 중국 55개 소수민족 중 하나인 조선족의 복장이라며 한복(韓服)을 등장시켰고 중국 국가 비물질 문화유산(무형문화재)으로 등재한 농악무 공연을 선보였다.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구성원인 ‘중화(中華)민족’의 일원 조선족이 자신의 민족의상을 입은 것이 무슨 문제냐는 입장이다. 사실 중국의 타국에 대한 경시 태도는 한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의 기모노, 베트남의 아오자이도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고 동남아시아나 인도 등의 전통에도 중국 원조론을 내세우면서 매우 공격적이다. 세계 2위의 경제체로 부상한 경제력을 무기로 자국의 주도적 지위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려 한다.

특히 시진핑 체제는 개혁 개방의 성공에 따른 중국식 발전 경험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독자성을 강조한다. 특히 시 주석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서방 제국주의의 침탈에 시달린 ‘치욕의 백년’ 극복을 새로운 시대의 과제로 삼고 있다. 제국주의에 유린당하면서도 중국은 ‘문명’과 ‘근대국가’를 융합하는 문명형 국가(Civilizational State)의 전통을 유지했고 이제는 국제 질서의 중심으로 복귀하는 강대국으로서 ‘중국몽’을 추구할 수 있는 ‘역사적으로 정당한 지위(historically rightful position)’가 있다는 것이 중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논리의 정당화와 중국의 위상에 어긋나는 소프트 파워 부재 콤플렉스는 늘 아픈 손가락이다. 이를 일방적인 ‘중국식 중국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조급성과 공격성을 보인다는 데 문제가 있다.


중국 일방통행 외교 논리의 근원 … 신(新)중화주의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개혁 개방 이전까지 마오쩌둥(毛澤東)은 미국을 두려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미국같이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가 되고자 했다. 그 후 1978년 말 덩샤오핑(鄧小平)은 개혁·개방 정책의 추진과 더불어 1979년 미중 수교를 통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편입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역시 국제사회와 협력하는 ‘세계 속의 중국’ 위상 정립에 초점을 맞췄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12년 말 구축된 시진핑 체제는 중국의 힘을 국제적으로 투사하려는 공세적 시도를 반복하면서 이전 지도자들과 다른 행보를 보였고 국제적 불협화음이 계속 노출되고 있다. 특히 이는 미중 갈등의 증폭에 따른 애국주의 정서의 고양, 그리고 체제 유지를 위한 공산당 통치 안정과 합리화 및 다민족 체제의 안정과 밀접히 연계돼 중국의 신(新)중화주의로 표출되는 형국이다.

우선 중국의 행태를 이해하려면 시진핑 체제의 속성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진핑 체제는 과거 지도자들이 국내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춘 것과는 달리 지금이야말로 중국적 성공 경험을 토대로 미국을 극복하고 중국의 역량을 국제적으로 투사할 수 있는 ‘새로운 시대(新時代)’라면서 새로운 강국 중국 건설을 천명하고 나섰다. 내부적으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실현을 위한 ‘중국의 꿈(中國夢)’을 주창하고 대외적으로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통한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을 주창한다. 또 미국의 강력한 견제를 받는 첨단 기술에 대한 국외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역량을 강화해 종국적으로 과학기술로 무장한 ‘과학기술 사회주의(Digital Leninism)’ 국가를 건설해 건국 100주년인 오는 2049년 세계 최강 국가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당연히 세계적 국가 중국의 위상에 걸맞게 중화 문명의 유구함과 중화민족의 위대함을 대내외적으로 과시하면서 국내적으로는 강력한 민족주의, 외교적으로는 공세주의, 군사적으로는 확장주의적 모습을 보이면서 중국도 미국처럼 질서의 제정자가 될 것임을 분명히 한 만큼 미국과의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식 정치사회 안정에 대한 공산당 통치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 아직 국제 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뾰족한 단기적 대응 수단이나 제도적 설득력을 갖추지 못한 중국은 제도 개선이나 국제적 공감대 확보 노력보다는 공산당 정권의 안전과 사회주의 제도 유지를 근간으로 하는 정치 안전(政治安全)이라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이는 제2의 문화대혁명이나 톈안먼사건과 같이 누적된 경제·사회 리스크가 정치 리스크로 재생산되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족(漢族)과 소수민족 일체론인 ‘화이일체(?夷一?)’ 공동체 의식에 기반한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도 같은 이치다. 소수민족에 대한 이중 언어 정책이나 문화 독자성을 허용하는 유화책과 분열 세력에 대한 강력한 통합 정책도 병용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어느 민족도 한족 중심 시스템에 도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혹시 모를 소수민족들의 독립주의적 성향을 법적으로 차단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셋째, 시진핑 체제의 중국인들도 ‘중국의 힘’ 과시에 적극적이다. 이 일선에 바로 애국주의 교육 운동(Patriotic Education Campaign)으로 배양된 젊은이들이 있다. 중국은 1990년대 초부터 청소년기 학생들은 물론 각급 학교에서 이뤄지는 모든 교육과정에서 과거 ‘찬란했던 역사와 전통’에 대한 자존감 향상과 고속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 배양을 통해 공산당 통치에 대한 정당성 확보와 국가에 대한 충성심 제고를 목표로 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주의와 애국주의는 하나라면서 민족주의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대체하고자 했고 중국의 성공에 심취한 이 세대는 중국의 굴종이나 굴복을 치욕으로 생각한다.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이들이 현대적 홍위병(紅衛兵) 역할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일상화된 경제력의 무기화를 꼽을 수 있다. 14억 시장을 무기로 상대방을 굴복시킨 중국적 경험들이 정부의 비호하에 왜곡된 집단 역량으로 무절제하게 남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비정치적 문제도 정치화하며 종국적으로는 경제력의 무기화로 귀결되는 새로운 패턴을 형성했다. 애국주의 청년 네티즌들이 중심이 된 애국주의적 의견 제시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에 의해 선전전(宣傳戰)으로 바뀌면서 일반 중국인의 분노가 조장된다. 이는 강대국 중국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시키는 애국주의 여론전으로 확산되는 중국식 길들이기의 전형이 됐다. 이러한 과도하고 편협한 애국주의가 국제 시스템 수용이나 책임감을 무시한 힘자랑으로 표출되면서 국제적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민간 문제라고 하지만 중국 당국의 용인 없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중국

시진핑 체제 들어 더욱 강력해진 중국의 애국주의와 신중화주의는 향후에도 하드 파워 증강과 권위주의적 통치의 정통성·합법성 강화, 역내 영향력 증대를 위한 ‘중국의 부상’에 그대로 투영될 것이다. 당연히 문화 왜곡이나 침탈을 포함한 소프트 파워 확장은 물론 시진핑 3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급성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무기로 삼는 전랑 외교(늑대 전사 외교·Wolf Warrior Diplomacy) 행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목에서 중국은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라면 이를 응원할 국가는 거의 없으며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에 중국의 일대일로가 유일 수단일 수 없음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신중화주의 확산에 초점을 맞춘 국수주의(國粹主義)적 애국주의는 국내 정치적 효용성은 증대시킬 수 있지만 국제적 신뢰 구축에는 최악의 선택이다. 중국의 꿈은 세계의 꿈이 돼야 하고 일대일로는 다대다로(多帶多路)가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적인 차이나 포비아(phobia) 양산으로 미래 중국의 발전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강준영 교수는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이며 중국 및 국제 문제 시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만 국립정치대학에서 중국 정치경제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아 중국 정치 경제, 미중 관계, 한중 관계, 양안 관계에 정통한 학자로 꼽힌다. 한중 사회과학학회 회장을 지냈고 중국 상하이사회과학원 명예교수, 동북아역사재단 및 해군발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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