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하로 계약하는 서울 대학가 원룸 단기 계약 매물 비중이 코로나19 이전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학이 비대면·대면 수업을 오락가락 진행함에 따라 대학가 원룸 계약 형태에도 변화가 생기는 모습이다.
18일 부동산 중개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서울 원룸 가운데 단기 임대가 가능한 매물은 13.02%에 달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4월 1.46%에 비해 11.56%포인트 급증했다. 지난해 7.82%보다도 5.2%포인트 늘었다. 단기 임대는 대개 6개월 이하를 계약 만기로 설정하거나 주 또는 월 단위로 맺는 임대차계약을 뜻한다. 원룸은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들을 겨냥해 주로 대학가에 위치한다.
대학생들은 단기 계약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배경으로 불투명한 학사 행정을 꼽았다. 대학들은 대개 학기 초 대면 수업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갑작스레 비대면으로 바꾸면서 장기간 원룸을 계약할 필요성이 줄었다. 원룸을 1년 이상 계약한 상황에서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면 월세와 생활비 등 비용만 지출될 수 있어 학생들로서는 이를 막는 것이 목적이다.
부산이 고향인 신입생 A(21) 씨는 “대면 수업이 원칙이라 학교 근처 원룸을 알아보고 있는데, 언제 다시 비대면으로 바뀔지 몰라 단기 계약 위주로 알아보고 있다”며 “장기 계약을 하면 매달 나가는 월세가 부담스러워지는데 단기 계약을 하면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서강대 학생 B(24) 씨 역시 “장기 계약을 했다가 파기할 경우 보증금을 받지 못하거나 다른 임차인이 구해질 때까지 월세를 내야 할 수 있어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임대인 입장에서도 공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계약을 선호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해석이다. 코로나19로 대학가에 머무는 대학생과 유학생의 수가 급감했고, 자연스레 원룸 수요가 적어져 번거롭더라도 단기 계약으로 방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대학가에서 주택 임대업을 하는 50대 C 씨는 “방을 아예 비울 바에는 차라리 계약 기간이라도 짧게 해 학생들을 모으고 있다”며 “보증금과 월세를 조정해서라도 공실률을 낮추려 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일상화로 임대인들이 점차 장기 계약으로 원룸을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단기 계약 월세나 보증금만 급등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학생들은 올해 1학기에도 수업 방식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아 여전히 단기 계약을 원하지만 임대인들은 품이 덜 드는 장기 계약을 선호하게 된 탓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단기 계약이라는 이유로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집주인과 계약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통 단기 계약은 부동산 중개비를 아끼기 위해 집주인과 직접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허위 매물 등의 부동산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촌 인근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50대 D 씨는 “단기 임대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공인중개사 없이 계약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사기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면서 “계약 전 허위 매물은 아닌지 직접 방문할 필요도 있다”고 당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