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시는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모아타운’이라는 생소한 주택 공급 방식을 제안했습니다. 노후화 된 주택 몇 채를 모아서 한 번에 ‘철거 후 신축’해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얘깁니다. 새로운 명칭이지만 모아타운 역시 이전부터 확대되고 있던 소규모 정비사업의 한 갈래로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으로는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재개발 등이 있습니다. 모아타운은 이들 사업보다 사업 추진 요건을 더 간소화한 방식입니다. 이번 <코주부 레터>에서는 모아타운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모아주택·모아타운이 뭔가요
기존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관련 법(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상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 소규모 재개발 이렇게 네 가지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소규모 주택정비사업 중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이 바로 가로주택정비사업입니다. 에디터가 살고 있는 동네에도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진행하려고 하거나 진행된 곳이 꽤 많은데요. 모아타운은 자율주택정비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보다 사업 추진 요건이 더 간소화된 것이 특징입니다. 인접한 모아주택을 여러 곳 모아 개발을 하게 되면 모아타운이 됩니다.
모아타운, 이래서 유리하다
모든 걸 기억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중요한 것만 정리해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재개발사업의 경우 노후·불량 건축물의 수가 해당 구역 전체 건축물 수의 3분의 2 이상이어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 기준으로 노후·불량 건출물 비중이 57%로 완화됐고, 20년+α였던 연한 기준도 최소 20년으로 낮췄습니다.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려면 노후·불량 건축물 비중이 기준에 맞아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해 재개발 사업 구역으로 지정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사업을 시작하는 문턱을 낮춰준 셈입니다. 지구지정 등 공공기관의 인·허가는 개발 사업의 최대 리스크입니다. 신용평가회사들이 개발사업(엄밀히 말하면 사업 시행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나 기업어음)에 신용등급을 매기는데 여기서도 가장 중요한 사업 변수로 인허가를 제일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외에 주민동의 요건도 상대적으로 완화됐고 사업 절차상 정비계획 수립, 추진위 승인 등이 없이 조합 설립부터 진행할 수 있어 사업 기간 축소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아. 관리처분계획인가 절차도 없습니다. 사업성도 일반 소규모 정비사업보다 높여줬는데요. 일반주거지역의 용도지역을 한 단계씩 높여주고 층수 제한도 최고 15층까지 상향했습니다.
서울 번동·면목동 시범사업…3월까지 추가공모 중
현재 정해진 곳은 서울에서 두 곳입니다. 서울시는 모아타운 시범사업으로 서울 강북구 번동과 중랑구 면목동을 지정하고 오는 2025년까지 주택 2404가구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일 서울시는 올해 모아타운 대상지 공모 공고를 냈습니다. 내달 21일까지 공모를 하는데요. 일단 올해 25개소 안팎을 선정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여러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내달 초쯤 되면 조금씩 얘기가 돌 것으로 예상됩니다.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합니다.
전통적으로 도심 재개발 지역에서 부동산 투자를 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기존 다세대주택이나 단독주택의 지분을 사서 조합원 자격을 얻는 방법. 그리고 어느 정도 사업이 진행된 지역에서 조합원 분양권 물량을 사서 입주권을 확보한 다음 향후 되팔아 매각 차익을 거두는 방법. 마지막으로 개발 지역 내 노후 주택을 사서 다세대주택 등으로 신축한 다음 분양해 파는 방법(지분쪼개기, 개발 사업의 사업성을 망치는 주범으로 꼽힙니다) 정도입니다.
하지만 모아타운은 기존 규제를 더 완화해 주택 공급을 조기에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운 만큼 실제 투자는 쉽지 않게 해 놓을 전망입니다. 그래서 ‘내 집 마련’이 아닌 투자 목적이라면 시행 초기에 무리하지 말고 상황을 조금 지켜보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우선 대개 재개발 지역에서 주로 하는 ‘지분쪼개기’는 권리산정기준일을 모아타운 선정 결과 발표일 다음날로 정해놨습니다. 사실상 막아 놓은 것입니다.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강북 번동과 중랑 면목동의 경우 지난달 서울시가 계획을 발표한 날이 권리산정기준일이 됐습니다. 미리 선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을 선점해 투자한다는 분도 계실텐데요. 이 역시 쉽지 않은 방법입니다. 모아타운 사업지에 땅을 사서 빌라를 짓고 그걸(지분을) 여러 사람에게 팔아 이득을 취하는 방식의 투자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물론 제도의 틈새를 노리는 투자 방법이 있을 수는 있을 겁니다.)
모아타운 인기도 양극화…결국은 입지
그렇다면 사업지가 선정된 다음 기존 주택을 사는 전통적인 지분투자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여기도 최근 규제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공포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소규모 정비사업도 조합원지위양도 제한 대상에 포함됐습니다.(투기과열지구만 해당되는데, 서울은 죄다 투기과열지구입니다.) 따라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이후 해당 구역의 건축물이나 토지를 매입하더라도 조합원이 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투자자가 할 수 있는 방법은 모아타운으로 선정되는 곳의 지분을 매입한 뒤 조합설립인가 이전에 팔고 나오는 방법이 최선일 듯합니다. 하지만 사업 기간이 짧아진 만큼 조합설립인가까지 걸리는 기간도 길지 않을 텐데,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간이 충분할 지는 의문입니다.
이 방법도 어렵다면 결국 조합원 지위를 유지한 채 아파트가 완공된 이후에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도 유의할 점이 있습니다. 사실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지어지는 신규 주택은 대부분 소형이라 시장에서 평가절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공을 담당하는 건설사도 중소 건설사가 대부분이고요. 투자를 결정하면서 예상했던 시세까지 집값이 안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주변 아파트 시세만 믿고 수익을 예측해 투자에 나섰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보수적으로 투자계획을 잡을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다만 입지가 아주 뛰어난 곳은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겠네요. 모아타운 투자 역시 ‘될놈될(되는 놈만 된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입지가 좋은 곳은 사업지 선정 후 초기 과열 현상도 나타날 수 있을 테고요. 3월 중순 이후 공모 절차가 끝나고 후보지가 선정되면 그 때는 각 구역의 입지 등을 바탕으로 조금 더 자세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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