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 3만 명대를 돌파한 지 2주 만에 위중증·사망자 등 핵심 방역 지표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최근 사흘 연속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대를 기록 중인 상황에서 위중증 환자 수는 400명대 후반까지 늘어났고 주간 하루 평균 사망자도 2주 전 21명에 비해 44명으로 2배로 늘었다. 신규 확진자가 증가한 후 2~3주 후 위중증·사망 환자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확진자 급증으로 재택치료 환자도 45만 명을 넘어서며 신규 확진자 수처럼 일주일 단위로 2배로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곳곳에서 재택치료에 구멍이 나타나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월 첫째 주(1월 30일~2월 5일) 272명이던 주별 일평균 위중증 환자 수는 둘째 주(6∼12일) 275명으로 늘었고 셋째 주(13∼19일)인 지난주 343명으로 늘었다. 이날 0시 기준으로 439명에 달한다. 일평균 사망자는 2월 첫째 주 21명에서 셋째 주 44명으로 2주 만에 2배로 늘었다. 전체 확진자 수 증가에 2~3주가량 뒤늦게 나타나는 위중증 환자 수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고위험군인 60세 이상 고령층의 확진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주 60세 이상 확진자 발생 비중은 11.4%다. 일평균 확진자 수는 9199명으로 직전주(5382명)보다 무려 3817명 늘었다. 위중증 환자는 물론 사망자도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 회복 도입 때 위중증 환자가 의료 인프라 한계를 넘어서 심각한 위기에 처했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유전자증폭검사(PCR) 대상인 60대 비중을 고려할 때 실제 확진자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2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생각된다”며 “현재 중증 병상 가동률이 30%에 육박하기 때문에 대응 여력이 넉넉하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재택치료 환자도 급증하면서 관리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재택치료 환자 수는 45만 493명으로, 일주일 전인 13일 21만 4869명보다 2배 이상 늘었다. 2주 전인 6일 12만 8716명과 비교하면 3.5배다. 환자가 빠르게 늘다 보니 곳곳에서 재택치료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관악구 봉천동 사망 사례처럼 혼자 격리된 확진자들이 문제다. 심각한 건강 이상이 발생해도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의료기관에 연락을 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보건소 등과 연락이 닿지 않아 방역 수칙을 잘 모른 채 재택치료를 하는 경우는 부지기수고, 역학조사도 자기 기입식으로 바뀌면서 밀접 접촉자에 대한 조사도 정확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위치 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없애면서 격리 공간을 벗어나는 확진자들도 늘어나고 있고, 재택치료 중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현재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격리 중인 마포구의 한 시민은 “문의하고 싶어도 연락이 닿질 않아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며 “아무리 일반관리군이라고 해도 언제 증상이 악화될지 모르는데 재택격리로 방치되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택치료 일반관리군 환자를 관리하는 동네 병·의원이 18일 기준 6055곳으로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충분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방역 당국 최고위급 관계자도 이를 인정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최근 코로나19에 확진됐다 18일 0시 격리 해제된 류근혁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재택치료를 하는 분들의 불만과 개선 요구 사항을 더 깊게 들여다보게 됐다”며 “재택치료자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복지부 제2차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2020년 9월 신설된 자리로 보건 업무를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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