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러시아 피겨 대표팀의 에테리 투트베리제 코치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어린 선수들을 대상으로 학대에 가까운 훈련을 시키고 약물 사용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투트베리제는 김연아 은퇴 이후 세계 피겨계를 주름 잡았던 메드베데바와 자기토바를 키운 전설적인 코치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금메달리스트 안타 셰르바코바와 은메달리스트 알렉산드리 트루소바, 그리고 '신기록 제조기'로 불리며 여자 피겨 스케이팅의 역사를 새로 쓴다고 평가 받았던 카밀라 발리예바를 모두 지도했다.
18일 유럽의 스포츠 전문 매체 유로스포트 등에 따르면 그는 10대 선수들의 2차 성징을 지연시키기 위해 가루 음식만 먹게 하는 극단적 식이요법을 쓰고 높은 가산점이 붙는 4회전 점프를 위해 하루 12시간씩 가혹한 훈련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투트베리제 코치는 지난 17일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발리예바가 최악의 연기를 펼치자 "왜 포기했어? 왜 싸우길 멈췄어? 나에게 설명해봐"라며 화를 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소름 끼치는 장면이었다"면서 분노하기도 했다.
이러한 투트베리제의 지도법이 논란이 되자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투트베리제 훈련 방법'이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투트베리제가 한 선수의 머리채를 잡고 돌리는 영상이 담겼으며, 해당 글 작성자는 "아동학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발리예바의 '도핑 의혹'의 배후로 투트베리제가 지목되기도 했다. 그는 3년 전 인터뷰에서 피로 회복을 위해 선수들에게 복용시켰다는 협심증 치료제 멜도니움이 금지약물로 지정되자 다른 비슷한 효과의 다른 약물을 찾겠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러시아선수권대회 당시 발리예바 도핑테스트에서 나온 약물이 협심증 치료제인 트리메타지딘이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금지 약물 복용 관련 주변 인물들에 대한 조사도 철저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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