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수사를 담당하던 경찰관이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알려줘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4년 전 업무상 1차례 만난 적이 있는 B씨로부터 반라나 전라의 여성 사진·동영상을 전송받았다. B씨는 그동안 A씨를 단체 대화방에 초대하거나 개인 대화방에 전송하는 방식으로 음란사진들이 포함된 슬라이드 쇼 등을 보냈고, A씨는 그때마다 대화방을 빠져나온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최근 부인과 함께 있는데 B씨가 또 음란사진들을 보내오자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가명으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행위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되는 것으로, 수사기관은 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되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익명조사 등을 할 수 있다.
그러던 A씨는 지난 17일 "왜 나를 신고했느냐. 당신이 신고한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A씨에게 전화를 건 남성은 B씨였으며, B씨는 "경찰이 전화번호를 알려줬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담당 경찰관에게 확인을 요구했지만 '수사 관행이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답변했으며 이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후 A씨는 담당 경찰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성폭력 특례법 위반,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전남경찰청은 현재 감찰에 착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해당 경찰서 측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수년 전 알았던 사이라고 하고 추후 사진·영상 전송 증거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서로 알게 될 것이라고 여기고 담당 경찰관이 진정인의 이름을 알려줬다고 해명했다.
이에 A씨는 "과거 B씨가 요청한 자료를 전달하기 위해 명함을 받아 자료를 보냈을 뿐 내 연락처를 준 적이 없다"면서 "B씨의 휴대전화를 임의로 제출받거나 압수해 조사하면 될 텐데 피해자 이름을 알려준 경찰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고 비판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력 특례법 피해자의 인적 사항을 알려줘선 안 된다"면서 "진정 사건 담당자를 교체하고 이전 담당자에 대한 징계 절차 등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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