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뜨거운 피'가 부산을 배경으로 한 날 것 그대로의 누아르를 선보인다. 정우, 김갑수 등 연기파 배우들과 천명관 감독이 의기투합해 뻔해 보일 수 있는 건달 이야기를 어떻게 뜨겁게 그렸을지 기대가 모인다.
21일 오전 '뜨거운 피'(연출 천명관) 제작보고회가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천명관 감독을 비롯해 배우 정우,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이홍내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뜨거운 피'는 1993년, 부산 변두리 포구 구암의 실세 희수와 그곳에서 살아남기 위한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을 그린다.
작품은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천 감독은 "김언수 작가와 소설이 나오기 이전부터 얘기를 많이 나눴다. 김 작가가 부산 출신이라 어렸을 때 동네 이야기를 해줬는데 재밌어서 '소설로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적극적으로 권했다"며 "처음에 나에게 연출을 맡아달라고 했을 땐 당황스러워 여러 번 거절했었다. 그런데 책이 나오기 전에 원고를 보내줘 읽자마자 남을 주기엔 아깝다고 생각이 들어 바로 연출을 해보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배우들 역시 시나리오를 보고 망설임 없이 작품에 욕심이 생겼다. 정우는 "이전에도 연기했던 부산 역할들과 반복된 캐릭터가 아닐까 싶어 처음에는 크게 궁금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본을 읽어보자마자 많은 욕심이 났다"며 "이전에 선보였던 유쾌하고 밝은 모습과 달리 날 것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승현은 "해당 작품의 대본을 받았던 당시엔 두 작품을 하고 있어 바빴음에도 불구하고 대본을 읽자마자 꼭 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소설과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했던 천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게 됐다. 그는 "원래 영화감독이 꿈이었는데 30년 만에 영화를 만들게 됐다. 이전에는 생각했던 것을 글로 구현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협업하며 새롭게 구현해 내는 과정이 정말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에 김갑수는 "사실 처음에는 첫 연출이라는 점에서 작품에 대해 우려도 있었다"며 "그런데 촬영을 하며 많이 준비했다는 게 느껴지더라. 이런 감독이 왜 이제야 나타났을까 싶었다"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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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손영감 밑의 만리장 호텔의 지배인으로 온갖 일을 다 하는 구암의 실세 희수 역을 맡았다. 정우는 "작품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비중이 크다 보니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컸다. '과연 현장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 불안했던 점도 있었다"면서도 "나중에 돌아보니 희수 캐릭터가 불안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라서 나의 모습과 캐릭터가 맞닿아 잘 표현됐다고 생각한다"고 만족해했다.
김갑수는 구암을 손아귀에 쥐고 있는 만리장 호텔의 사장 손영감을 연기해 정우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손영감은 지역의 보스지만, 전형적인 누아르의 보스 느낌은 없다"며 독특한 캐릭터를 설명했다. 이어 "나중에 감독이 말하길 읍소형 보스라고 하더라. 항상 일을 지시할 때 부탁을 하는 캐릭터였다"며 "사실 보스니까 액션신도 있을 것 같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도 많이 선보일 것 같았는데 그런 장면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세탁공장에서 마약 밀수를 하고, 희수를 꾀는 용강 역할로 등장하는 최무성은 "시나리오를 봤을 때 용강이 건달 세계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걸 표현할 때에 어떻게 개성 있게 표현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며 "캐릭터 자체가 독특해서 어떤 식으로 접근하면 좋을지 많이 고민하며 의상이나 분장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지승현은 희수와의 우정과 조직의 이익 사이에서 갈등하는 철진 역으로 분했다. 그는 "소설 속 철진은 약 600페이지의 소설 중 스무 페이지에 가까운 작은 역할이다. 그런데 영화에선 희수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해 더 극대화한 캐릭터"라며 "'뜨거운 피'에서는 날 것 그대로의 생존 액션 느낌을 주고 싶어서 더 많이 준비했다. '실제라면 이렇게 싸우겠다' 싶은 그림이 많이 그려졌다"고 말했다.
이홍내는 친구들에게 멋져 보이고 싶고, 희수처럼 되고 싶은 새끼 건달 아미 역을 맡았다. 특히 이홍내는 아미 역할 오디션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 그는 "청춘의 젊은 에너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에너제틱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촬영 현장은 정우를 중심으로 배우들의 케미가 돋보였다고. 김갑수는 "정우와 이전에 같은 작품에 출연한 적은 있었지만 같이 호흡을 맞춰볼 기회가 없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드디어 함께 연기를 할 수 있어 정말 좋았는데 정우가 개성 있고, 노력파 배우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정우와 지승현은 '뜨거운 피'를 통해 네 번째로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됐다. 지승현은 "우연히도 함께 호흡을 맞췄던 작품들이 모두 부산 사투리를 쓰는 작품이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애드립도 주고받으며 서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찰떡 호흡을 기대케 했다. 이홍내는 "정우 선배님을 사랑하게 될 정도로 정말 많이 의지하고 쫓아다니며 촬영했다"고 말해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캐스팅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천 감독 또한 캐스팅에 만족스러워하며 "나중에 배우들을 캐스팅하고서 모아놓고 보니 마치 이 배우가 아니면 안 되는 것처럼 캐릭터와 일체화된 것 같았다. 그림만으로도 뿌듯하고 기분이 좋았다"고 강조했다. 오는 3월 월 2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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