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찰이 영장 불청구가 부당하다며 검찰에 5건의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1건만 받아들여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의 영장 청구 독점을 비판해온 경찰이 검사를 거치지 않고 가해자 신병을 확보할 수 있도록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추진에 나섰지만 어려움이 예상된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다섯 차례 열린 영장심의위원회에서 검찰의 영장 불청구가 부적절했다고 판단한 사례는 단 한 번에 그쳤다. 서울고검(2건), 대전고검(2건), 광주고검(1건)에서 심의위가 열렸지만 경찰 손을 들어준 곳은 광주고검뿐이었다.
검경수사권 조정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영장심의위원회 규칙(법무부령)이 시행된 이후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판사에게 청구하지 않으면 경찰은 관할 고등검찰청에 심의위 개최를 신청할 수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 수사권이 대거 경찰로 넘어왔지만 영장 청구는 여전히 검찰 고유 권한이다. 헌법이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 검사 신청에 의해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의위는 검찰의 영장 청구 독점을 견제하는 최초의 법적 장치로 주목받았지만 경찰은 심의위가 경찰에 불리한 구조라고 비판한다. 경찰이 검찰 의견에 반박할 수 있는 기회가 없고 심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불청구 이유를 알 수 없다. 심의위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현행 제도는 절차적으로 불공정한 요소가 있어 규칙 개정이 필요하다”며 “영장 불청구 결정 전 검경이 실무적으로 협의하는 방안을 추진해보겠지만 검찰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검찰이 독점한 영장 청구 기능 중 일부를 경찰이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해 말 기자 간담회에서 “대물 영장이라도 경찰이 직접 법원에 신청할 수 있어야 한다”며 “영장심의위도 고검이 아닌 제3기관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발생한 스토킹 피해자 사망 사건을 놓고도 검찰을 향한 경찰 내 불만이 크다. 검찰은 경찰의 혐의 소명이 불충분해 영장 청구를 반려했다는 입장인 반면 경찰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속히 청구했다면 피해자 살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맞서고 있다.
경찰은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해 검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잠정조치4호(스토킹 피의자를 유치장에 한 달간 입감하는 조치)를 신청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스토킹처벌법이 법무부 소관인 데다 검찰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협조가 안 되면 국회를 통한 법 개정안 발의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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