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공약이자 선별적 복지 정책인 ‘안심소득’ 시범사업이 참여 대상 500가구 선정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소득이 적을수록 더 많이 지원하는 하후상박(下厚上薄)형 소득 보장 제도다.
서울시는 내달 28일부터 4월 8일까지 온라인 신청을 거쳐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500가구를 선정해 3년간 지원한다고 22일 밝혔다.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 85%(소득 하위 약 33%) 이하이면서 재산이 3억 2600만 원 이하인 800가구다. 올해는 사정이 어려운 가구를 우선 지원하기 위해 중위소득 50%이하 500가구를 선정하고, 내년에는 중위소득 50~85% 300가구를 선정할 계획이다.
시범사업 참여 가구는 중위소득 85%와 가구 소득 간 차액의 절반을 지원받게 된다. 소득이 0원인 1인 가구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 85%(165만 3000 원) 대비 가구소득 부족분의 절반인 82만 7000 원(월 기준)을 받게 된다. 첫 지급은 7월 11일 시작된다. 현행 복지제도의 현금성 복지 급여인 생계·주거급여, 기초연금, 서울형기초생활보장, 서울형 주택바우처, 청년수당, 청년 월세 지급 대상자는 안심소득 지원을 받을 수 없다.
서울시는 가구 규모, 가구주 연령 등을 고려해 1차로 선정된 5000가구를 대상으로 소득, 재산 조사를 거쳐 1800가구를 추린 뒤 500가구를 최종 선정한다. 안심소득 시범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3년간 총 195억 원이다. 올해 안심소득 시범사업 예산은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제출안(74억 원)보다 39억 원 깎인 35억 원으로 확정됐다.
서울시는 비교 집단(올해 1000가구 이상·내년 600가구 이상)도 함께 선정해 안심소득 시행 성과를 국내외 학자들과 함께 검증할 계획이다. 1600가구 이상의 비교 집단과 지원 대상 800가구의 변화를 총 5년간 추적 관찰하는 방식이다. △일과 고용 △가계 관리 △교육훈련 △주거환경 △건강생활 △가족 사회 △삶의 태도의 7대 분야를 중심으로 안심소득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가 주요 분석 대상이다.
또 독일 베를린, 미국 시카고 등 소득보장 실험을 진행하거나 관심 있는 각국의 도시, 연구기관, 학자 등이 참여하는 '세계 소득보장 네트워크'(가칭)를 구축해 서울시의 안심소득을 세계적인 소득 실험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소득보장연구센터와는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단계에 있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안심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최소 생활비를 지급하는 복지 제도인 ‘기본소득’과 비교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오 시장은 이번 시범사업의 목적은 안심소득 제도 도입이 아니라 어떤 소득 보장 제도가 바람직한지를 밝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기본소득은 간단한 제도이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실험하고 있는 나라가 많고 일부 저발전 국가에서는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면서 “안심소득은 소득·자산이 정확히 파악돼야 하기 때문에 실험이 가능한 나라가 별로 없지만 우리나라는 선진 행정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실험에 최적화된 조건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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