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미완성인 청춘과 삶에 지쳐 포기하고 싶은 어른들에게 '포기는 이르다'고 말하며 위안을 주는 작품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치유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수학이라는 독특한 매개체를 통해 전달한다.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동화 같은 작품이 관객들에게도 힐링을 선사할지 관심을 모은다.
22일 오후 서울시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감독 박동훈)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자리에는 박동훈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동휘, 박해준, 조윤서가 함께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신분을 감추고 고등학교 경비원으로 일하는 탈북한 천재 수학자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 감독은 "공부에 지친 고등학생뿐 아니라, 졸업을 한 후에도 경쟁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포기하고 싶을 때 주변을 돌아보면서 긍정적인 휴지기를 가지면 좋지 않을까'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특별히 수학을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3년 전 통계를 봤는데 학생의 50%가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라고 하더라. 수학을 두고 일반적으로 딱딱하고 거리를 두고 싶은 학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며 "직관적으로 우리 주위에 수학이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걸 쉽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수학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연출에도 중점을 뒀다고. 그는 "많은 분들이 음악이 수학과 밀접하게 관련됐다는 걸 알고 있을 거다. 그런 상황에서 원주율인 파이를 이용한 음악을 등장인물이 연주한다고 했을 때 즉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이외에도 수식을 이용해 음식의 길이를 표현한 장면을 세련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우리 주위의 귀여운 수학이라는 점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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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은 학문의 자유를 갈망하며 탈북한 천재 수학자 이학성 역을 맡았다. 그는 "이학성이라는 인물을 소개할 때 천재와 탈북이라는 키워드가 따라다니는데, 이 영화를 하면서 그 두 가지의 상징성을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정말 사랑하는 학문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학자와 상심을 갖고 살아가는 한 학생이 만났을 때 일어나는 교감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외피는 학원 드라마로,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수학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성인이 젊은 청춘에게 인생의 교훈을 주는 드라마처럼 보인다. 그런데 사실은 어른들을 위한 영화가 아닌가 싶다"며 "성인이 된 우리들이 인생을 다시 한번 곱씹고 '우리는 과연 좋은 가치관과 기준으로 살고 있는가'를 성찰하는 거다. 삶에 여러 갈래가 있고, 정답은 없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내가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하고 살아가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라 좋았다"고 했다.
최민식은 탈북자 역할을 맡아 북한 사투리를 구사했다. 그는 실제 탈북자에게 사투리 지도를 받았다고. 그는 "언어는 습관이라 시험공부를 하듯이 공부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탈북자 분과 만나서 탈북 동기, 남한에서의 생활, 사는 얘기 등을 술 한 잔 마시면서 나눴다"며 "계속 이야기하다 보니까 그 사람 말투를 비슷하게나마 따라갈 수 있었다"고 비결을 털어놨다.
수재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유일하게 수학을 포기한 고등학생 한지우를 연기한 김동휘는 "모든 게 다 처음이다 보니까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몰라서 감독님과 최민식 선배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감독님과 주로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최민식 선배님에게는 일상적인 대화를 많이 나눈 것 같다"며 "이학성으로 인해 한지우가 변화하는 게 주안점이라고 생각해서 변화를 쉽게 전달하려고도 노력했다"고 알렸다.
박해준은 이한성을 곁에서 돕는 안기철 역을 맡았다. 그는 실제 인생 멘토인 최민식을 대하는 마음으로 캐릭터를 해석했다고. 그는 "인생의 멘토와는 좀 더 가까이 있고 싶고, 도와주고 싶지 않냐. 나한테는 최민식이 그렇다"며 "그런 마음으로 안기철을 연기했고, 이학성에 대한 기본적인 표현이 영화에 묻어나길 바랐다.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는 캐릭터지만, 정의로운 쪽에 있고 싶었다"고 했다.
한지우를 짝사랑하는 같은 반 학생 박보람으로 분한 조윤서는 "10대를 연기하다 보니까 요즘 10대 친구들은 어떤 고민과 행동을 하고, 어떤 말투를 쓸지 관찰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보람은 당당하고 활발하고 용감해서 매력적이었다"며 "대본을 보면서 느꼈던 보람의 매력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김동휘와 조윤서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김동휘는 "사실 처음에 오디션을 붙고 나서도 안 믿겼다. 첫 촬영할 때까지 '내가 이걸 한다고?'라는 마음이었다. 스크린으로 보니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조윤서도 "믿기지 않았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정말 내가 붙은 게 맞을까?'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들과 함께한다는 생각에 누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했다. 촬영이 없을 때도 촬영장에 가서 놀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했다.
한편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3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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