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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기고 사라지고…되풀이되는 '선거벽보 수난'

전국 곳곳서 훼손 신고 잇따라

정치 표현 넘어선 중대범죄행위

"디지털로 전환해야" 목소리도

자전거를 탄 시민이 대구 시내에 부착된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벽보를 22일 살펴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선거 벽보가 훼손됐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매번 반복되는 벽보 훼손은 정치적 의사 표현을 넘어 공정한 선거를 방해하는 중대 범죄다. 하지만 달라진 시대적 환경에 맞게 선거 홍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서둘러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서울 은평구 불광동 서울지하철 3·6호선 연신내역 인근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벽보를 손으로 잡아 뜯어 훼손한 50대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같은 날 대구에서도 이 후보의 이와 눈 부분이 담뱃불 등으로 태워진 듯한 흔적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 성북구에서는 도로변에 설치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선거 벽보에 ‘왕(王)’ 자 낙서가 적힌 채 발견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서구 쌍촌동·금호동 도로변에 걸린 조원진 우리공화당 후보의 현수막 2개를 불상의 도구로 잇따라 찢어 훼손한 혐의를 받는 60대 A 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횡단보도 주변에 낮게 설치된 선거 운동용 현수막이 통행을 방해하자 화를 참지 못하고 조 후보의 현수막만 골라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송치까지 이어진 사례도 나왔다. 부산경찰청은 이날 선거 벽보를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걷어차 훼손한 20대 B 씨와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벽보를 손으로 뜯어 훼손한 40대 C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직선거법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선거 벽보·현수막 등 기타 선전 시설을 훼손하거나 철거한 사람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치른 선거에서는 실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5일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한 특정 후보의 선거 벽보 10장을 9차례에 걸쳐 훼손한 60대 남성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후보의 벽보가 누락됐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광주 서구 금호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빠진 채 선거 벽보가 부착된 사실이 지난 19일 밝혀져 국민의힘 광주시당이 선거관리위원회 측에 벽보 재부착과 진상 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반대로 충남 부여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빠진 채 윤 후보 포스터가 2장 붙어 있는 현장이 발견되기도 했다. 대구 동구에서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제외된 선거 벽보가 게시된 것을 안 후보 측 지지자가 발견해 민원을 제기하자 새로 벽보가 설치됐다.

일각에서는 해마다 벽보 훼손 사건에만 막대한 수사 인력이 들어가는 만큼 디지털 시대에 맞춘 새로운 홍보 방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서울의 한 유권자는 “구시대적인 종이 벽보 대신 후보의 정보를 문자 메시지로 보내주거나 도로마다 설치된 전광판에 표출시키는 등 디지털 시대에 맞는 색다른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 강국의 장점을 대내외에 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주목도도 더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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