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디한 이미지로 '보통의 연애', '연애 말고 결혼', '7일의 왕비', '프리스트', '너의 노래를 들려줘' 등 매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온 배우 연우진. 이번에는 영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연출 장철수)에서 사단장 아내와 위험한 사랑에 빠지는 무광 역을 맡아 파격 멜로에 도전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출세를 꿈꾸는 모범병사 무광(연우진)이 사단장의 젊은 아내 수련(지안)과의 만남으로 인해 넘어서는 안 될 신분의 벽과 빠져보고 싶은 위험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장철수 감독의 9년 만 복귀작이자 연우진의 19금 멜로 도전으로 개봉 전부터 연일 화제를 모았다.
연우진은 이번 작품에 2014년 캐스팅 확정 뒤 2020년에 촬영에 들어갔다. 그는 작품 선택 계기에 대해 "멜로 이면에 있는 인간의 본성과 위태로움을 보여준다는 점이 가장 끌렸다, 그것이 6년 동안 이 작품을 놓지 못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파격 변신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감정선을 솔직하게 잘 표현해 내는 것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면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촬영이 끝날 때까지 노력했고 작품 선택에 후회는 없다"라고 밝혔다.
"가족들에게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위해 이 작품을 하고 싶다고 얘기했었습니다.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가보니 식탁에 원작 책이 놓여 있더라고요. 어머니께서 책을 보시고 며칠 고민하시더니 '네가 이걸 표현하고 싶고, 예술이라고 생각한다면 과감하게 도전해라'라고 응원해 주셔서 함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연우진은 이 작품으로 무엇을 표현하고 싶었을까. 그는 "사랑이라는 감투 속 한 인간의 적나라한 욕망과 쾌락 끝에 찾아오는 공허함, 그리고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슬로건이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등을 주안점으로 생각하고 보여주려 했다"라고 강조했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실제 역사 속 존재했던 정치 슬로건이다. 이에 대해 그는 "끊임없는 유혹에서 대의를 위한 슬로건은 결국 욕망 표출을 위한 슬로건으로 바뀌게 되고, 그 욕망은 자신의 신념을 강직하게 지켜오던 군인 무광을 잡아먹게 된다"라며 "쾌락은 더 큰 쾌락을 좇게 하고 그 쾌락 속에서 한 인간은 짐승같이 돌변한다"라고 설명했다.
무광과 수련이 쾌락의 끝을 본 뒤 체제를 상징하는 물건들을 전부 부수는 신은 핵심 장면으로 꼽힌다. 연우진은 "물건을 부수는 장면은 두 인물의 사랑을 보여준 것일 수도 있고,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사랑이라는 말로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는 몸부림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련기사
농도 짙은 베드신을 소화해야 했던 연우진은 꼭 필요한 장면이라는 생각에 그야말로 '쏟아부었다'고. 그는 "부담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라며 "끝없는 쾌락과 욕망에 잠식된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선 파격적이고 과감한 정사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의 공허함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서 넘쳐흐르는 연기와 연출을 보여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우진은 "어떻게 촬영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라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촬영 당시 대본 리딩을 많이 했고 동선 체크도 완벽하게 한 뒤 촬영에 들어갔어요. 보통 한 테이크 찍을 때마다 모니터링을 하는 편이지만 베드신 촬영 때는 모니터링 장소가 아래층에 있어 시간 단축을 위해 생략하고 그 시간에 한 테이크를 더 열심히 찍었습니다."
함께 연기한 배우 지안에 대해서도 그는 "어려운 신들이 많았지만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면서 잘 연기해 나갔다"면서 "쉽지 않은 연기였을 텐데 과감히 해줘서 감사하다"라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무광이 수련을 정말로 사랑했을지, 아니면 순간적인 실수를 사랑으로 포장하고 합리화하려고 한 것인지 생각하면서 연기했다"는 그의 말에서 무광과 수련의 멜로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깊게 고민한 흔적이 느껴졌던 연우진.
"안정적이고 편안한 연기만 하려고 했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지 못했을 거예요. 새롭고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고 싶은 도전 정신과 욕심이 담긴 작품입니다. 스스로 단단해질 수 있는 계기가 된 시간이었어요. 이 모든 것을 다 알아주실 수는 없겠지만 제 노력이 '1'이라도 보였다면 만족합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