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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한국이 지구 좀 구하면 안 돼? '그리드'

[리뷰]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 신작 드라마

타임슬립+미스터리+수사극 소재…

디즈니플러스에서 매주1화씩 공개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디즈니+ ‘그리드’ 스틸 이미지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재난의 시대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당신 머리 속엔 벌써 몇 가지 재난들이 떠올려졌을 테다. 사회적 참사에서부터 전 지구적 감염병까지. 재난이 익숙해지면 안 되는 건데, 이젠 영화나 드라마 작품 속에서도 재난이 자주 등장한다(a.k.a. 지우학).

재난에 맞서 싸우는 인류의 이야기가 감동을 주기 때문일까, 재난이 많아서 재난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 걸까. 재난을 맞닥뜨린 인류는 늘 그렇듯 언제나 답을 찾을 것이다. 사실 답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백인들이었다. 익히 봐 왔던 지구 구출 영화 속 주인공은 항상 미국인이지 않던가.

"거의 30년 세월 동안 어느 나라도 해내지 못 했던 걸 대한민국 정부가 해내는 거죠. 대한민국 정부의 최고의 한 해가 될 겁니다."

여기 또 한 편의 재난물이 등장했다. 그런데 웬 걸, 한국인이 지구를 구했다는 설정이다. 2005년 발생한 초거대 태양풍으로 인해 지구가 인류 멸망 위기에 놓이게 된 때, 대한민국 모처에서 엔터 버튼을 누르자 지구 자기장 증폭 방어막 '그리드'가 전 지구를 뒤덮고 인류는 가까스로 평온한 삶을 되찾는다. 여기서 ‘그리드(Grid)’는 격자 형식의 무늬 혹은 지도 위 기준선망을 뜻하는 용어인데 극 중에선 전 지구를 격자 무늬 형태로 감싸고 있는 보이지 않는 안전망을 뜻한다.

이는 당시 없던 과학 기술이었다. 극의 설명에 따르면 1997년 대한민국을 포함해 세계 곳곳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진 신원불상의 여자가 전수해준 기술이었다. '그리드' 창시자라고 불리는 인물로, CCTV에 찍힌 짧은 영상만 남아있어 '유령'이라 불리는 존재다.





시간이 흘러 지금. 그 존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24시간 편의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추적하던 강력계 형사 김아중(정새벽)은 살인마 김성균(김마녹)을 쫓다 갑자기 나타난 누군가와 격투를 벌인다. 상대방은 무려 '액션 여제' 이시영. 그녀는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뽐내며 강렬한 등장을 알린다. 동시에 별안간 김아중 눈앞에서 공기처럼 사라진다. 물론 살인마도 놓쳤다.

이시영이 바로 24년 전 '유령'이었다. 의문으로 남은 이 사건 기록을 '그리드' 사무국 직원 서강준(김새하)이 포착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총 10화, 지난 16일 이제 겨우 첫 편을 공개한 드라마 '그리드'는 한국에 진출한 디즈니+가 야심차게 내놓은 첫 UHD 오리지널 시리즈다.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비밀의 숲' 시리즈 이수연 작가가 새로이 짠 SF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로 일찌감치 기대를 모았다.

아직 구체적인 이야기가 전개되진 않았지만, 인류를 구하기 위해 미래에서 과거로 타임슬립한다는 설정은 사실 SF물에서 흔히 쓰이는 장치이긴 하다.(영화 테넷, 드라마 시지프스나 앨리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시간여행자...당장 떠오르는 작품만 여럿.) 흔히 쓰인다고 해서 식상하단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리드'는 거기에 독특한 설정을 더 얹는다. 과거 지구를 구했던 힌국인이 몇십년 뒤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더니 이번엔 살인자를 구한다는 설정.

일단 뻔하지 않을 것 같은 SF물이어서 반갑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그러나 호기심이 강하게 동한다. 오랜만에 악역으로 등장한 김성균의 '김마녹'도 온통 베일에 쌓여있다. 출생지도, 나이도 모르는 살인마와 그를 돕는 유령이라는 존재, 이시영과의 관계가 무엇일지 관심이 모인다. "살인 사건 하나가 결국 인류 전체가 얽힌 문제로 귀결되는 뛰어난 이야기." '그리드' 연출 리건 감독 말이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1화 초반 20분은 태양 흑점이 폭발하는 웅장한 SF물로 시작한다. 이후 서강준과 김아중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옮겨지며 수사 추리극 분위기로 바뀐다. 그러더니 점점 미스터리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세계관 소개 중심인 1화에서 자칫 흥미를 잃을 수도 있지만 조금만 참으면 곧 색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실 SF 장르는 CG 퀄리티도 큰 몫을 차지해왔다. 스토리가 좋아도 CG가 별로면 흥미가 반감되는 법. '그리드'의 CG는 극에서 큰 몫을 차지하진 않는다. 자동차가 날아다닐 것 같은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 아니다. '태양풍'이라는 전 지구적 재난에 맞서 싸우는 인류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한국인은 2020년대 현재를 살아간다. CG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사용된 느낌이다.

대신 뛰어난 배우들이 자리를 꽉 채웠다. '그리드' 사무국 직원 서강준의 선배이자 '유령'의 존재를 부정하는 송어진 역으로 김무열 배우가 분위기를 잡는다.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듯한 최선울 부국장 역에는 장소연 배우가 출연하며, 사무국과 신경전을 벌이는 관리국의 특수수사대 임지유 소령 역은 신스틸러 배우 허준석이 맡았다.

넷플릭스와 달리 에피소드가 매주 수요일마다 하나씩 공개돼, 시청을 나중으로 미루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그리드'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 지 전혀 예측이 안 되는 작품이다. ‘스포’가 쫓아오기 전에 누구보다 먼저 이 작품을 감상하길 추천한다. 한국인이 지구를 구하는 이야기, 그 이상의 새로운 메시지가 분명 있을 거라 믿으며.

◆시식평 : 주의! 글쓴이가 SF물 마니아임.

+요약
제목 : 그리드

연출 : 리건, 박철환

극본 : 이수연

출연 : 서강준, 김아중, 김무열, 김성균, 이시영

제공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작 : 아크미디어, 에이스팩토리

보는 곳 : 디즈니플러스

공개 : 2월 16일(10부작 / 매주 1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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