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단체가 대선 후보들과 기획재정부에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서울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한 시민이 할머니 임종을 지키러 가야 하는데 시위로 열차 출발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항의하는 영상이 온라인 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23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지난 9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벌어진 시위 현장이 찍힌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에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 모습이 담겼다. 해당 단체 소속 시위대는 광화문역에 정차한 지하철 출입문에 휠체어를 끼워 넣어 출입문이 닫히지 않도록 한 뒤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이로 인해 지하철 출발이 수십 분간 지연됐다.
이때 한 청년이 시위대를 향해 "할머니 임종을 지키러 가야 한다", "할머니 돌아가시면 어쩔 것이냐", "다른 사람은 생각 안 하냐"고 울먹이며 소리쳤다.
이에 마이크를 들고 발언을 하던 단체 소속 여성은 "버스 타고 가세요.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한 뒤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청년과 다른 시민들의 항의에도 이들은 약 16분가량 더 발언을 한 뒤 열차 밖으로 빠져 나갔다.
해당 영상에는 장애인 단체를 비판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달라던 시위가 어느새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시위로 변했다", "남의 아픔은 공감 못 하면서 자기네들 아픔 공감해달라고 하는 건 무슨 심보인가" 등 이들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담은 의견을 쏟아냈다.
전날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전장연의 29차례 시위로 접수된 시민들의 불편 민원이 총 2559건이다. 시위로 인한 지하철 요금 반환 건수는 4714건이다.
한편 전장연은 21일째 이어오던 지하철 시위를 중단하기로 했다. 단체는 이날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TV토론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언급한 이후 이날 출근 선전전에 방문하기로 했다"며 "이에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는 오늘로 멈추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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