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태초 이래 늘 재난의 위협 아래 살아왔다. 고대부터 근세까지는 주로 화산, 지진, 대홍수와 같은 자연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18세기 산업혁명 이후로는 인간이 만들어낸 재난이 큰 피해를 초래했다. 단출하고 단순했던 인간의 생활 양식이 복잡해지면서 전염병도 늘었고, 식량 자원의 작황이 악화하면서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기도 했다. 페스트와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 등이 대표적이다. 자연적이든 인위적이든 재난의 결과는 모두 끔찍했다. 하지만 당대 사람들을 고통과 무기력한 죽음으로 내몬 과거의 재난은 한편으로 후대 사람들을 위한 ‘생존의 단서’를 반드시 남겼다. 우리가 과거의 재난들을 반드시 복기해야 하는 이유다.
신간 ‘재난 인류’는 이런 맥락에서 과거의 대표적인 재난을 정리하면서 다가올 재난의 순간에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법을 찾으려 한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재난이 들이닥칠 지는 알 수 없지만,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 보자고 책은 호소한다.
책은 우선 인간이 속절없이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과거의 자연재난을 돌아본다. 베수비오 화산 폭발과 폼페이의 멸망, 중세를 휩쓴 흑사병,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대륙을 넘나들기 시작한 감염병, 냉해와 대기근 등을 소개하고 재난 이후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짚어본다.
이어 2부에서는 인간이 스스로 만든 참사를 소개한다. 산업혁명과 석탄 산업이 촉발한 탄광 사고, 굴뚝청소 아동 노동자의 참사, 대형 철도 사고와 타이타닉호 침몰 등 선박 사고, 감자 역병, 콜레라 확산, ‘침묵의 봄’을 강요한 DDT 살충제의 등장 등을 통해 인공 재난이 발생한 이유와 각각의 재난 이후 단행된 개혁 조치를 살펴본다.
3부는 시스템 재난에 초점을 맞춘다. 중국의 대약진운동을 통해 잘못된 정책이 생태계를 어느 수준까지 파괴할 수 있는 지를 알아보고, 한순간 모든 게 마비될 수 있는 디지털 사고의 위력을 들여다본다. 저자는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 19도 시스템 재난으로 분류한다. 각국 정부와 사회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따라 바이러스 그 자체는 물론 공포의 확산 양상도 다르다는 점에서다.
저자의 말대로 또 다른 재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거 재난을 겪고 극복해 낸 선대 경험의 가치를 중요시한다면 생존에 필요한 안전한 환경을 더 단단하게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2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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