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에 나섰습니다. 돈바스에서 시작된 침공은 이제 키예프로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우크라이나가 입은 피해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은 각종 경제 제제를 발표하며 러시아를 저지하려 하는데요, 이 같은 조치의 실효성을 두고는 의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러시아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등극한 '중국'이 있는데요, 오늘 글로벌체크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러·중 관계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다뤄봅니다.
■에너지가 GDP 30% 차지하는데…유럽행 가스 전면 차단할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우크라이나 외 여타 국가에도 근심을 안기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서의 우려가 큰데요, 유럽은 최근 몇 년 동안 사용한 가스의 40%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았기 때문이죠.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를 완전히 차단할 가능성이 나오는데다, 유럽 입장에서도 각종 경제제제로 인해 러시아와 거리를 둬야 하는 만큼 난감한 입장에 놓이게 된 겁니다.
물론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가스 밸브를 잠그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앞서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국영 가스업체인 가스프롬이 유럽행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면 하루 2억 300만~2억 2800만 달러(약 2447억~2749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3개월만 공급이 끊기면 무려 200억달러 상당의 손실이 발생하게 됩니다.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30% 가량이 에너지 판매 수익이라는 점에서 가스 전면 공급 차단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입장에서 쉽게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아닌 셈이죠.
■러시아산 가스 수입 늘린 중국…농산물까지 수입 나서
다만 복병은 중국입니다. 서방이 경제제재를 통해 러시아를 고립시키려고 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행보가 오히려 러시아와 중국을 더욱 가깝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미 에너지에 있어서도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는데요, 포춘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은 전년 대비 51%나 늘었습니다. 특히 파이프라인을 통한 가스 수입은 154%나 늘었죠. 이미 러시아는 중국에 수출하는 천연가스 물량을 대폭 확대하는 30년 장기계약을 이달 초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도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원유 수입을 늘리는 것은 나쁜 선택이 아닙니다. 러시아산 석유는 육로나 가까운 해상을 통해 공급되는 만큼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중동산·아프리카산보다 안전해, 안보 측면에서도 중국이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현재 중국이 공급받는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의 70%는 말라카해협을 통해 수입되는데, 미국이 말라카해협을 통제하고 있는 만큼 중국으로서는 언제 말라카해협이 봉쇄될지 늘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경제적 압박에 맞서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 있어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설명했고, 콜롬비아대 글로벌 에너지 정책센터의 에리카 다운스 선임연구원도 "중국이 보기에 러시아는 가치 있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이자 가장 중요한 에너지 파트너"라고 말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농산물에 있어서도 손을 맞잡고 있는데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MCP)는 24일 중국 세관 당국이 러시아산 밀 수입 전면 개방을 발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간 중국은 식물위생적인 우려로 러시아산 곡물 수입을 제한했는데, 지난해 10월 러시아 극동지역에서의 밀 수입을 시작한 데 이어 전면 개방까지 결정한 겁니다. 러시아는 세계 최대 밀 수출국입니다. 중국 당국의 이 발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군의 전면 공격이 시작된 지 몇 시간 만에 나와서 더욱 놀라움을 안겼는데요, 이는 이달 초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 당시 합의된 내용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포천지는 이미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은 러시아로부터 무기와 목재, 식료품을 사들였다며, 수천 헥타르에 달하는 러시아 극동지역 농경지를 농업용으로 임대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시진핑·푸틴 팬케이크 함께 만들고 베프라 칭해…겉으론 중립 행보
사실 러시아의 친중 행보는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로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당시 서방이 러시아를 비판했던 것과 달리 중국은 이를 지지하지도 비판하지도 않는 중립행보를 보였죠. 이후 서방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제재하자 중국은 러시아 가스프롬과 40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수출 계약을 맺는 등 각종 에너지 계약을 체결하며 러시아와의 경제적 관계를 구축했습니다.
이후 양국은 친밀한 관계를 외부에 과시했는데요, 2018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함께 팬케이크를 요리했으며, 이듬해인 2019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푸틴 대통령을 "베스트프렌드"라고 칭하기도 했죠. 이를 보여주듯 양국 간 교역 규모도 빠르게 커졌습니다. 이미 지난해 무역 규모만 1470억달러에 달합니다. 양국은 이를 더욱 늘려 2024년까지 교역 규모가 2000억달러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지나치게 돈독한 관계를 두고 피어오르는 외부의 우려를 의식해서일까요. 이번 침공을 두고 중국은 “각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존중한다”는 원칙적인 발언을 이어가며 중립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은 동시에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이해한다”며 사실상 러시아에 대한 지지를 숨기지 않고 있죠. 오히려 중국이 이번 사태를 기회로 삼아, 러시아 내에서의 위안화 영향력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현재 러시아와 중국 간 거래 대부분은 미국 달러화로 표시돼 국제금융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를 통해 거래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자체 결제시스템인 중국국제결제시스템(CIPS)와 러시아금융통신시스템(SPFS)를 개발한 만큼 양국이 이를 이용해 미국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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