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배달비를 잡겠다면서 정부가 내놓은 '배달비 공시제'가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가운데 같은 조건에서 동일한 음식을 주문하더라도 어떤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쓰느냐에 따라 배달비가 최고 5500원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비 공시제'는 국내 3대 배달앱(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배달비를 한 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해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이 골자인데 제각기 다른 배달비 산정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데다 뒷북 조치에 불과해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이달 12~13일 서울 25개구별 각 1개동에서 소비자가 부담하는 치킨·떡볶이 배달비를 조사해 결과를 공개했다. 각 배달앱에서 공통으로 검색된 음식점에 최소주문액으로 주문한 뒤 같은 장소로 배달을 시켰다.
배달비 차이는 최고 5500원까지 벌어졌다. 서울 중랑구에서 떡볶이를 2~3㎞ 이내의 거리에서 주문하자 단건배달을 하는 배민1이 7500원으로 가장 비쌌고, 쿠팡이츠는 6000원, 요기요는 2000원이 나왔다.
세 곳 앱에서 배달비가 모두 같았던 경우는 39건으로, 전체 129건 가운데 30%에 불과했다. 배달 거리가 3km 미만이면 대부분 3000원을 책정하고 있었다. 3km가 넘으면 배민1과 쿠팡이츠는 6000원으로 책정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요기요는 5000원, 배달의민족은 2000원부터 5500원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지역별, 음식별 최고 배달비가 가장 많은 곳은 단건배달을 하는 배민1(40건)이었다. 최저 배달비가 가장 많은 곳은 묶음배달을 하는 배달의민족(26건)으로 조사됐다.
단건배달은 배달기사가 한 번에 한 주문만 배달하는 방식으로 2019년 쿠팡이츠가 도입했고 지난해 6월 배달의민족도 배민1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다.
여러 주문을 받아 돌아다니는 묶음배달보다 음식이 더 빨리 도착하기 때문에 소비가 선호도가 높지만 그만큼 배달비도 오르게 만든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배달기사가 한 번에 한 건만 배달하면서 수익이 줄어들자 이를 메워줄 대안이 필요했고, 결과적으로 배달비 인상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다음달부터 단건배달 요금제를 개편하고 그동안 시행한 할인행사를 중단하기로 예고한 상황에서 배달비는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소비자협의회는 "각 앱들은 소비자가 지불하는 배달비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면서 "총 배달비가 거리, 시간, 날씨, 주문금액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안내글을 제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에 얼마 추가되는지 명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 측은 "입점가게 수가 가장 많다 보니 최저 배달비부터 최고 배달비까지 다양하게 상품이 구성돼 있다"면서 "고객부담 배달팁이나 최소주문금액은 플랫폼이 관여하는 부분이 아니며 배달거리 기본 정보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