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 추가 정차 발표 전과 차이가 없어요. 매수 문의도 없고, 매물을 내놨던 집주인들도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에 상록수역을 추가한다고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25일 오후. GTX 추가 정차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정차역인 상록수역과 바로 인접한 지역을 제외한 근처 부동산 시장은 잠잠한 분위기였다. 기자가 상록수역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수도권 전철 4호선 중앙역 남단 아파트촌의 중개업소들을 둘러봤지만 손님과 상담 중이거나 매수 문의 전화를 받고 있는 공인중개업소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앙역에서 도보 15분 거리인 ‘고잔그린빌7단지’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해엔 GTX 정차 가능성만으로도 바로 다음날 손님들이 줄을 섰는데 오늘은 손님이 전혀 없다”며 “시장 분위기가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GTX 정차가 사실상 확정된 것이 맞느냐”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작년만 해도 GTX 정차역 신설 등 대형 교통 호재가 생기면 해당역에서 한 두 정거장 떨어진 지역까지 매수세가 몰려 가격이 뛰었다. 중앙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의 ‘고잔푸르지오3단지' 전용 71㎡는 2020년 최고가가 4억 8000만 원이었지만, 지난해 초 GTX 정차역 신설 소문이 돌면서 6억 4500만 원까지 34.4%나 뛰었다. 그러나 GTX C노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제안한 추가 정차역에 상록수역이 제외된 것으로 전해지자 작년 12월 6억 3000만 원까지 내리기도 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GTX 정차 가능성이 무산되면서 7억 원까지 갔던 호가가 6억 원대로 내려왔다”면서 “전날 다시 GTX 정차 소식이 전해졌지만 현재로서는 호가 변동이 없다”고 전했다.
GTX 정차라는 호재에도 인근 부동산 시장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매수세가 전반적으로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 매매수급지수(전국)는 지난해 10월 첫째 주 이후 21주 연속 하락 중이다. KB국민은행의 ‘매수자/매도자 동향’ 지수 또한 전국 기준으로 같은 시기 하락하기 시작해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은 ‘매수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상록수역과 바로 인접한 경기 안산시 본오동 일대는 25일 매수 문의가 몰리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본오동 ‘월드아파트'와 ‘에버그린우성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단지에서 직전 시세보다 약 3000만 원 오른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상록수역 인근 지역은 중앙역 일대와 마찬가지로 ‘GTX 소문’에 힘입어 지난해 아파트값이 급등한 바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체적으로 매수세가 하락한 상황에서 인근 지역까지 호재 영향이 확산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시간이 지나고 GTX 정차역 계획이 구체화되면서 인근 안산시 집값도 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