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피가 아닌 탄약이 필요하다.”
26일(현지 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의 피신 권고를 거절하며 이같이 결사 항전 의지를 다졌다. 방탄복을 입은 대통령과 함께 시민들도 똘똘 뭉치며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진격이 다소 늦어지는 분위기다.
이런 우크라이나의 항전에 미국과 유럽·일본도 최고 수위의 제재안을 꺼내 들며 러시아를 공격했다. 당초 독일 등이 미온적이었던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러시아를 퇴출시키기로 한 것이다. 일본 역시 2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포함한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의 자산을 동결하고 러시아의 SWIFT 결제망 퇴출 결정에 동참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국경에 집결시킨 군인 15만 명 중 약 절반을 우크라이나로 투입해 진격에 속도를 냈지만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에 잇달아 부딪혔다.
앞서 러시아의 협상 제안에 “조건이 터무니없다”며 협상 결렬을 발표한 우크라이나는 27일에도 러시아의 ‘벨라루스 대화’ 제안 역시 거절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의 교두보로 삼은 벨라루스에서는 협상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대량 학살(genocide)을 저지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반발하며 러시아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러시아의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의 계속되는 진격에 국제사회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날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 대표는 “EU 자금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연료 등 공급을 지원하는 방안을 27일 EU 외무장관 긴급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독일과 네덜란드·체코 등이 우크라이나에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등 무기 지원 계획을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전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역시 “우크라이나에 3억 5000만 달러(약 4216억 원) 규모의 방위 지원을 즉각 시행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EU 외무장관들은 전날 발표된 ‘SWIFT 퇴출’에 대한 세부 내용을 논의한다. 전날 미국과 EU·영국·캐나다는 공동성명을 통해 “일부 러시아 은행을 SWIFT에서 배제한다”고 밝혔다. SWIFT는 전 세계 은행 및 금융기관 1만 1000여 곳이 결제 주문을 주고받기 위해 사용하는 이른바 ‘달러 결제망’이다. SWIFT에서 최종 퇴출되면 러시아 은행은 해외 거래가 막히고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한다. 또 미국과 EU는 푸틴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급 인사를 직접 제재하고 특히 미국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자로 푸틴 대통령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지목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초강력 제재에도 러시아의 진격이 계속되자 우크라이나는 강도 높은 제재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전 세계에 요구한다. 러시아를 완전히 고립시키고, 대사를 추방하고, 석유 금수 조치를 취하고, 경제를 파괴해달라”고 촉구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